잼버리 졸속행정에 속수무책→애지중지 ‘상암 10억 하이브리드 잔디’ 훼손 불가피…“그들에겐 그까짓 축구냐”

김용일 2023. 8. 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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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로 불똥이 튄 '잼버리 졸속행정' 논란은 제2, 제3의 피해자만 양산하고 있다.

서울이 주말 홈경기가 없지만 '10억원 하이브리드 잔디' 관리에 장기간 공을 들인 축구단과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울상이다.

시설관리공단은 그 후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리그와 A매치가 펼쳐지는 '축구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잔디를 평시에도 최고 수준으로 가꾸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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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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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축구계로 불똥이 튄 ‘잼버리 졸속행정’ 논란은 제2, 제3의 피해자만 양산하고 있다. 이번엔 FC서울과 서울시설관리공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 및 폐영식을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연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는 행사 개최지를 두 번이나 변경했다가 대한축구협회(FA)컵과 K리그1에 참가하는 구단에 손해를 끼쳤다. 애초 6일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하려다가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열기로 했다. 행사 준비 관계로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FA컵 4강전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전이 취소됐다. 그러다가 태풍 ‘카눈’ 변수로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하루 만에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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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주말 홈경기가 없지만 ‘10억원 하이브리드 잔디’ 관리에 장기간 공을 들인 축구단과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울상이다.

관리 주체인 시설관리공단은 국가대표 A매치 등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잔디 상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면서 지난 2021년 10월 천연잔디 95%와 인조 잔디 5%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를 새롭게 깔았다. 잔디 파임 현상이 줄고, 배수 시스템도 탁월한 그라운드로 탈바꿈했다.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설관리공단은 그 후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리그와 A매치가 펼쳐지는 ‘축구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잔디를 평시에도 최고 수준으로 가꾸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해 커다란 수입원이 될 대형 콘서트 개최도 받지 않았다. 최근 대규모 종교 행사가 열리긴 했으나 가변석이 있는 E석에 무대를 설치하게 했다. 잔디를 상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행사가 이뤄졌다.

그런데 잼버리 행사는 S석 골대 부근에 무대를 설치할 뿐 아니라 돌출 무대를 둬 관객과 호흡할 구조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운드 구역까지 무대가 나오는 구조다. 주변에 잔디 보호형 패드를 깔고 관객을 채우겠다고 하나 잔디 훼손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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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9일 잼버리 비상대피 현황 브리핑에서 “경기장 잔디 훼손 가능성은 있다”고 인정하면서 “최소화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문체부에서 여러 협의를 거쳐 장소를 변경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양 팀 선수들이 2-2 무승부를 기록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누가 봐도 국내 프로축구계가 다급한 정부의 잼버리 후속 대책에 ‘일단 희생’을 바라는 모양새다. 한 원로 축구인은 “축구를 넘어 스포츠가 주는 사회적 가치에 관한 정부의 인식 수준을 대변하는 사건이다. 그들에겐 ‘그까짓 축구’인 것 아니겠느냐”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국내 대표 프로스포츠인 축구가 정부 입김에 휘청거리는 이런 행태는 경기장 운영 주체가 시설관리공단인 것에서 비롯된다. 구단이 장기 임대든 여건에 맞는 협의를 통해 경기장 운영권을 보유하는 시스템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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