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세상' 인권위…취객 체포했더니 "인권침해", 法 판단은 달랐다
[편집자주] 인권은 보편적이지만 가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인권 논리를 앞세운 권리 남용에 공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공권력은 무장해제됐다. 사회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약자를 보호할 균형잡힌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인권을 앞세워 권리를 남용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이 같은 분위기에 일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보다는 개인의 기본권이 무조건적으로 우선돼야 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일부에게 줘 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찰의 검문검색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이다. 2010년 인권위는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지 않은 불심검문은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고, 이후 한동안 불심검문을 사실상 이뤄지지 못했다.
인권위의 판단과 결정이 논란을 불러온 사례는 적지 않다. 2020년 인권위는 행패를 부린 취객을 체포한 경찰관에 대해 '인권을 침해했다'며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1년 뒤 "경찰관이 인권침해를 이유로 징계를 당해야 하고 취객이 인권침해 피해자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인권위의 징계 권고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경찰관은 한 아파트 주차장에 취객이 잠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취객은 주차된 차량 옆에 누워 있었고, 경찰이 일으켜 세우려고 하자 욕설을 했다. CCTV 분석 결과 취객이 왼손을 들어올리자 경찰은 취객을 밀쳤고 취객이 왼손으로 경찰을 때리려했지만 경찰은 이를 피했다.
현장 경찰관들은 취객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체포 당시 취객의 행위는 단지 경찰을 향해 손을 앞으로 뻗는 정도에 불과해 제압할 정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 체포로 인권침해를 당한 것이 인정된다"고 했다.
B여고는 "파마나 염색은 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둔 건 두발 자유화에 따른 학생의 탈선에 대한 우려 및 지나친 파마와 염색에 대한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학생의 두발을 규제해 탈선 예방, 학업 성취, 학교 밖 사생활 영역에 대한 지도·보호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건 막연한 추측이라며 그 인과관계와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봤다.
현장 교사들은 이 같은 권고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체벌이 금지된 교실에서 벌점이 사실상 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담임 교사로 근무하는 C씨는 "벌점 빼고는 교사가 학생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했다.
젠더 평등에 대한 인권위의 기준이 일반인의 인식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은 경우도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당직 근무 편성에서 남성 직원들만 야간 숙직을 시킨 한 농협IT센터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야간 숙직의 경우 한차례 순찰을 하지만 나머지 업무는 일직과 비슷하고 대부분 숙직실 내부에서 이뤄지는 내근 업무여서 특별히 더 고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인권위의 판단 이유에 많은 누리꾼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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