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예술거리 등장 中 선전구호, 권위주의 반대 항의메시지로 뒤덮혀

유세진 기자 2023. 8. 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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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번화한 거리예술 중심지 브릭 레인의 그래피티 벽이 중국 공산당 이념을 홍보하는 선전 구호로 뒤덮힌 후, 이에 반발해 중국의 권위주의 통치에 반대하는 항의 메시지를 위한 캔버스가 됐다고 CNN이 9일 보도했다.

지난 주말 중국 젊은 예술가 그룹이 스프레이로 칠한 붉은색 구호는 중국의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설명하는 24자의 큰 한자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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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젊은 예술가 그룹, 기존 낙서들 지우고 중국 핵심가치 선전 구호 적어
지역 예술가들과 영국 거주 중국인들 분노…항의 메시지로 中구호 지워
[서울=뉴시스]런던의 번화한 거리예술 중심지 브릭 레인의 그래피티 벽이 중국 공산당 이념을 홍보하는 선전 구호로 뒤덮힌 후, 이에 반발해 중국의 권위주의 통치에 반대하는 항의 메시지를 위한 캔버스가 됐다고 CNN이 9일 보도했다. 중국 선전 구호로 뒤덮힌 런던 브릭 레인의 벽 모습.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2023/08.09.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런던의 번화한 거리예술 중심지 브릭 레인의 그래피티 벽이 중국 공산당 이념을 홍보하는 선전 구호로 뒤덮힌 후, 이에 반발해 중국의 권위주의 통치에 반대하는 항의 메시지를 위한 캔버스가 됐다고 CNN이 9일 보도했다.

지난 주말 중국 젊은 예술가 그룹이 스프레이로 칠한 붉은색 구호는 중국의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설명하는 24자의 큰 한자로 구성됐다. 이들이 적은 12개의 가치는 번영, 화합, 애국심, 민주주의, 자유, 평등, 정의 그리고 법치주의 등 서구에 친숙한 자유주의 철학을 포함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정의한 그 의미와 적용은 서구와는 크게 다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지하는 이 구호들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으로, 전국의 포스터와 광고판에 전시되고 국영 TV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런던 동부에 갑자기 출현한 이 구호들이 숨진 거리 예술가에 대한 헌사를 포함한 기존 예술들을 말소시킨 것에 대해 지역 예술가들은 물론 시 주석의 통치에 비판적인 영국 거주 중국인 공동체에 충격을 주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젊은 중국 예술가들의 행동에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일부 지지자들은 이들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으며, 중국 문화와 가치를 "수출"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비평가들은 그러나 이들이 거리 예술을 파괴하고 공산당 선전을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활기찬 예술 현장으로 유명한 런던 이스트 엔드의 문화 거리 브릭 레인에서는 곧바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중국 예술가들이 써넣은 24자의 대형 한자 구호에는 지난 6일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을 거세게 비난하는 새로운 낙서둘아 덧칠해졌다.

'평등'이라는 단어 위에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에 등장하는 "그러나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평등하다"는 글이 쓰여졌다.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문자 앞에는 '부재'(No)라는 글이 추가됐다.

또 1989년 톈안먼(天安門) 광장 대학살뿐만 아니라 홍콩, 신장(新疆),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탄압을 비난하는 글 등이 중국 예술가들이 써넣은 구호들 위에 덧칠해졌다. 7일 아침에는 모든 낙서들이 사라지고 흰색으로 칠해졌다.

브릭 레인 지역을 운영하는 타워 햄릿 위원회는 "원치 않는 불법적인 낙서"들을 제거했다고 말했지만 같은 벽과 바로 맞은편 벽의 다른 부분은 그대로 둔 채 중국 관련 낙서만 제거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CNN이 7일 오후 현장을 방문했을 때 흰 벽에는 지난 며칠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포스트잇 쪽지 몇 장만 붙어 있었다. 익명의 중국인이 남긴 쪽지에는 "색은 지워지고, 목소리는 침묵하지만 우리는 보고 듣고 기억한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침묵은 오래 가지 않았다. 홍콩 출신의 한 청년이 스프레이 페인트로 하얀 벽에 첫 번째로 새로운 낙서를 칠했다. 그는 밀란 쿤데라를 인용해 "권력에 대항하는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대항하는 기억의 투쟁"이라고 적었다. 익명을 요구한 24살의 이 청년은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뒤 망명 신청을 위해 영국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분명히 재앙이지만, 중국 정부는 모든 기억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7일 저녁 흰색으로 칠해졌던 벽은 다시 한번 중국에 대한 새로운 구호와 포스터들로 가득 찼다.

영국에 망명을 신청했다는 린든 리 시앙이라는 중국 출신 활동가는 "영국에 있는 중국인들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 자발적으로 이곳에 왔다. 어떤 조직도, 지도자도 없었다. 모두가 중국 공산당에 반대 의견을 표해 모두가 하나로 단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8일 아침 벽의 모든 낙서들은 다시 온통 흰색으로 칠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dbtpwl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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