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영방송 이사 교체 속도전, 그 이유가 이동관인가
방송통신위원회가 9일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KBS이사회 보궐 이사로 추천하고, 차기환 변호사를 방송문화진흥회 보궐 이사로 임명했다. 공영방송인 KBS 사장 제청권과 MBC 사장 임명권을 가진 두 이사회 이사를 여권 인사로 교체한 것이다. 오는 23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에서 여권 추천 방통위원들이 ‘긴급’ 사유라며, 운영 규칙조차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18일 인사청문회와 임명 전에 ‘반쪽 방통위’가 군사작전하듯 방송 장악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서 전 재판관과 차 변호사는 KBS이사회·방문진 이사장으로 각각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방통위는 남영진 KBS 이사장에 대해 해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검사·감독 중이고, 감사원은 대검찰청에 ‘방문진 감사 방해’ 혐의로 수사참고자료를 보냈다. 머잖아 검찰 수사도 이어질 상황이다.
방문진 이사장과 일부 야당 추천 이사의 방통위 해임 절차는 감사원·방통위·권익위 조사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시작됐다. KBS·방문진 이사 12명은 이날 “(비판) 언론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는 순간, 민주주의는 질식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차 변호사의 세월호 참사 등 과거 발언에 대해 “극우 편향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방통위가 막무가내로 이사진 재편에 속도를 내는 건 공영방송 사장 교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KBS·MBC 이사장을 동시에 해임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갈아치우는 것은 유례가 없다. 모호한 해임 근거와 절차적 타당성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폭거다. 방통위가 여야 추천 이사 구도를 역전시켜 공영방송 이사회 장악에 무리수를 연발하는 이유는 뭘까. 권 이사장과 야당 추천 김현 방통위원이 지적했듯이 “이동관 후보자가 피를 묻히기 전에 사전 정지작업을 하겠다”는 의도로 읽는 눈이 많다.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탄압의 대명사’로 불린 이 후보자가 방통위 수장이 되면 벌어질 일의 예고편으로 보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을 정권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일 수 있다. 시민들조차 그런 식의 방송 장악과 ‘관영방송 부활’에 동의할 리 없다. ‘이동관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이유도 그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 탄압을 위한 폭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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