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든 사람 제압했는데…" 억울한 '정당방위' 빈발

유혜인 기자 2023. 8. 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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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를 제압했으나 '상해 사건 피의자'로 처지가 뒤바뀌었다.

흉기 난동 등 위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한 행동이 되레 상해 사건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정당방위 범위를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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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 남성 제압한 대전 30대 되레 '피의자' 둔갑
"정당방위 기준 명확히…허용범위 넓혀야" 여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 흉기 난동 남성을 발차기로 제압한 대전의 30대 편의점주.

# 2. 인천공항서 흉기를 들고 공격하는 친구를 때린 40대 남성.

두 사람 모두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를 제압했으나 '상해 사건 피의자'로 처지가 뒤바뀌었다.

흉기 난동 등 위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한 행동이 되레 상해 사건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정당방위 범위를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히 최근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 상황에서 정당방위의 한계가 노출되는 등 정당방위 허용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형법상 정당방위는 현재 부당한 침해를 받고 있어야 하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방위로 인정되면 공격을 당했을 때 방어하는 행동이 불법에 해당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문제는 정당방위 요건이 까다로워 오히려 상해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말 대전 동구 소재의 한 편의점에서 흉기를 든 70대 남성을 제압한 30대 점주 A씨가 '상해 사건 피의자'가 됐다.

편의점 앞에서 술에 취해 잠들었던 70대 남성이, 자신을 깨운 편의점 점주 A씨에게 화를 내며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다. A씨는 남성이 또다시 공격하려 하자 발차기로 제압한 후 손에 든 흉기를 빼앗았다. A씨는 당연히 정당방위라고 생각했으나, 검찰로부터 상해 사건 피의자라고 소식 전해듣고 황당해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정당방위 허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극적인 자세로는 자신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구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 이모(51) 씨는 "정당방위라고 생각하고 방어했는데 쌍방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지 않냐"며 "위험한 일 처했을 때는 도망가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허모(25) 씨는 "정당방위 허용 범위가 확대돼야 할 것 같다"며 "가해자가 흉기를 들고 있을 때 대응하면 정당방위이고 흉기를 놓치는 등 분리된 상황에서 대응하면 정당방위가 아니라는데, 흉기와 분리됐을 때 오히려 제대로 제압하고 대응할 수 있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대전 사례뿐만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비슷한 경우가 많다며 정당방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훈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례 말고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피하지 못할 때는 피해자가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저항해야 하는데, 현재 정당방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시민들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확한 지침을 통해 정당방위 행위에 관해 규정하고,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허용되는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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