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영끌·빚투의 부활
주택 가격과 은행 대출 잔액 규모는 일반적으로 정비례한다. 은행 대출 없이 여윳돈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면 대출도 늘고, 대출이 늘면 집값도 오른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7월 말 현재 1068조1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원 증가했다. 6억원짜리 주택 1만채를 구입할 수 있는 자금이 한 달 새 시장에 새로 풀린 것이다. 가계대출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올 1분기까지 감소세였지만, 4월에 전월 대비 2조3000억원 늘면서 증가세로 돌아선 뒤 4개월 연속 증가했다.
당연히 부동산 가격도 최근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연초에 비해 2억~4억원, 강북은 1억~2억원 정도 올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정부는 부동산 가격 폭락을 무엇보다 걱정했다.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데도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아주고 은행 대출 규제를 풀었다. 역전세난이 일자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로 집주인에게 대출도 늘려줬다. 집값 반등이 2~3년 전 집을 산 영끌족에게는 다소 위안이 되겠지만, 이런 추세가 제2의 영끌을 낳을까 우려스럽다.
주식시장에서는 ‘빚투’가 한창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7일 기준 20조3448억원으로 연중 최고 수준을 보였다.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이 20조원을 넘었다는 의미다. 이 돈이 2차전지와 초전도체 같은 테마주에 몰리고 빠지면서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빠지는 듯하던 자산시장 거품이 다시 차오르면서 이곳 저곳에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나온다. 지금 집을 사지 않고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실물경제가 최악인데 부동산과 주식에 돈이 몰리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연봉을 벌어들인 투자자가 있다면 상투를 잡은 누군가는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투자는 본인 책임하에 하는 것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영끌과 빚투는 대박보다 쪽박 위험이 높다. 정부와 당국도 시장 과열을 막고 은행 대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창민 논설위원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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