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인권'…책임·의무 잊으니 공동체가 위태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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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보편적이지만 가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인권 논리를 앞세운 권리 남용에 공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공권력은 무장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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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권은 보편적이지만 가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인권 논리를 앞세운 권리 남용에 공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공권력은 무장해제됐다. 사회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약자를 보호할 균형잡힌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권의 균형점'이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교권과 학생 인권, 공익과 개인의 자유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 곳곳에서 인권의 균형점이 무너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을'의 권리를 보장하려던 사회적 시도가 오히려 공동체의 울타리를 위협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반성이다.
논의의 방아쇠를 당긴 서이초 사건은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실제 이유가 무엇인지와 별도로 교권과 학생 인권에 대한 논의로 옮겨붙은 지 오래다. 번화가에서 잇따라 발생한 흉기 난동은 불심검문 강화와 흉악범죄에 대한 총기 대응 확대를 넘어 공권력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인권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어느 순간 한쪽으로 쏠린 인권 논의의 반작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권 침해를 들이대는 순간 가해자마저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기묘한 상황이 오래 전부터 균형을 잃은 우리 사회 인권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경기도와 서울 등 학생인권조례를 채택한 6개 교육청의 인권조례가 학생의 권리 보호에만 치중됐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게 그 결과다.미국 최대 교육구 뉴욕시의 '학생권리장전'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책임과 의무를 비슷한 비중으로 강조한다. 책임과 의무가 빠진 한국판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첫 발을 뗐을 때부터 오늘의 교권 붕괴를 예고했다는 지적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교사가 '군사부일체'로 존경받았는데 학생 인권이 중요시되고 아동학대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한순간에 교실에서 학생의 책임과 의무는 사라지고 인권만 강조됐다"며 "이때부터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지 않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나 교사의 수업권을 방해해도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에서 벌어진 '묻지마 흉기 난동' 이후 정부가 총기와 테이저건 등 경찰 물리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권력 강화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니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테러 위협 등이 발생하면 불심검문을 한다' 등 수긍하고 이해하는 여론이 커진 것은 예전과는 다른 상황을 반영한다.
경찰이 그동안 강력범죄에 강력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제도적 문제점을 짚는 목소리도 잇따르는 분위기다.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는 "공권력 집행 매뉴얼이 엄격해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민사·형사 책임을 져야 하고 과잉 대응할 경우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법무부가 경찰의 총기 사용 면책권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권 논의가 불붙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와 인권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유엔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대응 화상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사생활은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다"라며 "환자의 사생활과 대중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면 답은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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