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보건소장, 보고서에 참사 당시 도착시간 직접 지시해"

보건소 직원, 최재원 소장 2차공판에 증인 참석
"보고서 여백에 명시…통상 지시할 때와 같아"

최재원 용산보건소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허위 보고'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이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오후 진행된 최 소장의 공전자기록위작·행사 혐의 두 번째 공판에 용산구 보건소의 출동결과보고서 작성을 지시받은 박모 과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박 과장은 지난해 참사 다음 날인 10월30일 오전 최 소장으로부터 보건소의 신속대응반의 참사 이후 활동을 보고서로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 과장에 따르면 그는 지시를 받고 담당 주무관이 작성한 '이태원 사고 관련 출동결과보고서'를 최 소장에게 대면으로 보고했다. 이에 최 소장은 "도착 시간을 넣어야 한다"며 박 과장이 가져온 보고서 여백에 본인의 현장 출동시간 23시30분과 다른 신속대응반 직원들의 도착 시간을 대략적으로 적으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박 과장은 "통상 보고할 때 최 소장이 이런 식으로 하면 수정을 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당시에도 그렇게 이해했다"며 "방을 나서기 전 최 소장이 퇴근을 하지 않겠다고 해 즉시 수정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후 박 과장은 당시 보건소에 남아 있던 다른 직원에게 최 소장의 지시사항을 전달해 보고서를 수정했고 이를 다시 최 소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최 소장은 "이제 됐네"라고 답했다.

박 과장은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에는 최 소장이 실제 11시반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알았다"며 "나중에야 직원들의 대화를 통해 최 소장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경찰에 막혀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을 듣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인 10월30일 오전 12시6분쯤 이태원역에 도착하고도 직원을 통해 10월29일 오후 11시3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서울시 전자문서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최 소장 측은 지난 6월2일 첫 공판에서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하며 "직원에게 도착 시간을 기재하라고 하지 않았으며, 도착한 장소가 이태원 인근이었기 때문에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