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성장·수익 안착···쿠팡 "다음은 대만이다"
분기 최고 기록에 4개분기 연속 흑자
로켓배송·프레시 등 핵심부문서 견조
대만서 순항 "韓보다 성장세 빠르다"
김범석 "올해 신성장 4억 달러 투자"
쿠팡이츠·플레이 멤버십과 연계강화
쿠팡이 4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실적 성장 궤도에 안착한 가운데 해외 사업인 ‘대만 로켓배송’을 차기 엔진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한다. 쿠팡은 올해 대만 시장을 비롯한 신성장 부문에 4억 달러의 실탄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이 9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7조6749억원(58억3788만달러·분기 평균 환율 1314.68원 기준)을 기록해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성과를 냈다. 영업이익은 1940억원(1억4764만달러)으로 4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고, 당기순이익은 1908억원(1억4519만달러)이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846억원, 당기순손실 952억원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수익 개선을 이뤘다는 평가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다년간의 독보적인 투자, 고객 경험 및 운영 탁월성 양쪽에 집중한 끝에 수익성과 지속적인 고성장을 모두 놓치지 않고 달성했다”고 말했다.
핵심 비즈니스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 매출이 21% 뛰며 호실적을 이끌었고, 후발주자인 패션과 뷰티, 3P·로켓그로스(제트배송) 등도 약진했다. 사업 전반의 호조 속에 ‘분기에 제품을 한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을 의미하는 활성고객은 1971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늘며 20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게 됐다. 1인당 고객 매출도 38만 9100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었다.
쿠팡과 시장 관계자들이 이번 분기 가장 주목한 것은 ‘대만’이다. 김 의장과 경영진은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론칭 10개월을 맞은 대만 로켓배송 사업이 순항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사들의 질문도 대만에 집중됐다. 쿠팡은 “아직은 매우 초기 단계이기에 더 많은 학습과 테스트가 필요하다”면서도 “고객의 반응에 고무돼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김 의장은 “올 2분기 대만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앱이 쿠팡이고, 로켓배송 첫 10개월은 한국의 로켓배송 초기 10개월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대만에서 로켓직구·배송을 시작했다. 대만은 음식을 비롯해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 데다,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 거주자가 많아 로켓배송을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쿠팡 대만 현지 앱에서는 초창기 새우깡이나 신라면 같은 대표 한국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차츰 고객 저변이 확대되면서 인기 카테고리가 다양해지고 있다. 김 의장은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투자는 중단하거나 낮은 우선 순위의 투자는 연기한다”며 쿠팡의 까다로운 신사업 기준을 언급한 뒤 “그러나 대만은 현재 그 기준을 넘어섰으며 앞으로 높은 수준의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시장에 대한 확신과 기대를 내비쳤다. 특히 대만 사업을 통해 소개되는 한국 제품의 70%가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수출 하향세로 대안 마련이 시급했던 업체들에게 대만 로켓직구가 새로운 대안이자 판로가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쿠팡은 올해 대만 사업과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신성장 사업에 약 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사업이 2분기 기록한 비용(이자·세금 등) 제거 전 순이익(EBITDA)은 -14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손실 규모가 커졌다. 쿠팡은 “손실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투자가 가속화했다는 의미”라면서도 “기본 지표에서 투자에 대한 확신을 지속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만 더 많은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원칙 하에 유료 회원제인 ‘와우 멤버십’과 이츠·플레이 등 신규 사업 간 연계를 한층 강화해 양방향 이용자 및 신규 가입자 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와우 회원에게 쿠팡이츠 배달음식을 최대 10% 할인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지난 4월 서울에 도입된 데 이어 경기도를 넘어 전국으로 확장하고 있다. 서비스 지역에서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와우 회원은 80% 늘었고, 해당 지역 내 쿠팡이츠 점유율과 평균 지출액은 각각 5%, 20% 증가했다. 이에 쿠팡은 무제한 배달음식 할인을 와우 멤버십의 정규 혜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여전히 쿠팡이츠를 사용하지 않는 대다수의 와우 회원을 멤버십에 잡아 두기 위해서다. 쿠팡플레이도 대형 스포츠 행사 기획 및 단독 중계 등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고 경쟁력을 갖춰나간다는 방침이다. 2020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플레이는 기존의 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OTT) 업체와 달리 초기 투자 비용을 감수하면서 와우 멤버십 회원에 추가 결제 없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최근에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으로 국산 OTT 1위인 티빙을 바짝 따라붙고 있다.
김 의장은 “우리는 그동안 다져온 추진력과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기회를 기꺼이 마주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 경험에 초점을 두고 의미 있는 투자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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