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방적 통보’ 속 경기도 찾은 잼버리…“책임 떠넘기기” 비판도 [현장, 그곳&]
정부 일방적 통보에 당혹했지만... 일선 시·군, 편의제공 마련 안간힘
“아쉬운 만큼 남은 시간에 더 행복한 추억 쌓으려고 합니다.”
9일 오전 10시10분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흥수목원 제1주차장.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했던 캐나다 대원 300여명을 실은 버스가 5대가 줄지어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내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한 대원 대다수는 캐나다의 상징 ‘단풍잎’을 연상케 하는 빨간색 유니폼을 착용한 상태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연신 “기대된다”, “재밌겠다”라고 소리치는 등 설렘에 한껏 취해 있었다. 한편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부 여성 대원도 존재했다.
약 10분에 걸친 인원 확인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견학을 시작한 대원들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각종 나무가 우거진 전시·생태숲부터 세계 각국의 특이한 수련과 연꽃으로 구성된 온실까지 수목원 곳곳을 누볐다. 그동안 다수의 대원은 신기하다는 듯 냄새를 맡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데 한창 분주한 모습이었다. 특히 전시숲에서는 몇몇 대원이 일제히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주워 입으로 깨무는 등 인상 깊은 장면도 연출됐다.
비슷한 시각 화성시 안녕동 융건릉에도 네덜란드 대원 800여명이 모여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환하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연일 이어진 폭염에 얼굴이 벌겋게 익어 있었지만, 밝은 미소만큼은 끝까지 잃지 않았다. 융릉 어귀 소나무 숲이 대원들의 노랫소리로 가득 찰 정도였다.
이후 융릉 앞 잔디밭에 도착한 대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미리 챙겨온 음식을 섭취하며 담소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는 등 한낮 더위도 잊은 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여념 없는 듯 했다.
이곳에서 만난 렌스(16)는 “더운 날씨와 마실 물도 없었던 새만금과 달리 그늘에서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며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화성의 관광지를 둘러보며 새로운 정보를 알게 돼 즐겁다”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 속에서 사실상 파행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를 찾은 세계 각국의 대원들이 우리나라 고유 문화체험에 나섰다.
각 지자체는 아무런 협의나 지원 없이 대원들을 받게 되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156개국 3만7천여명의 잼버리 참가자들은 전날 8개 시·도의 128개 숙소에 순차적으로 입소했다. 이 중 도에 배치된 인원은 88개국 1만4천979명으로, 8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대원들을 수용하게 됐다.
이에 도는 ‘잼버리 대원 체류지원TF’를 구성해 숙박·현장안전·보건의료·문화프로그램 등 5개 분야에 걸쳐 대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 대원들이 머무는 54개 숙박시설마다 도와 시·군 직원을 최소 7~8명씩 배치해 편의를 제공 중이다.
다만 일각에선 불멘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에 대원들이 배치된 각 지자체가 부랴부랴 지역 특색에 맞는 문화·관광·체험 프로그램 마련 등에 나서면서 공무원은 물론이고 공공기관 소속 직원들까지 잼버리 지원업무에 차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한 지자체 공무원은 “갑작스레 결정된 사항이어서 짧은 기간 동안 제대로 준비도 못해 당황스러웠다”며 “참가자들을 수용하고, 이들을 만족시킬만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정신없는 상태”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지자체 공무원 역시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없이 지자체에서 책임만 지라고 한다”며 “‘지자체로 책임 떠넘기기 식’에 불과한 무책임한 정부의 운영에 치가 떨린다”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대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이야기할 것”이라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홍보대사라는 마음으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대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김도균기자 dok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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