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에 나가기 무서워요"... 성인 95% '집단 불안감' 호소
"잇딴 강력범죄 사건으로 시민 불안 누적...집단 트라우마 가능성 높아"
“익숙한 장소에서 범죄가 일어나 충격이 컸어요. 집 밖에 나갈 생각만 해도 불안해요”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양효원씨(34)는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 근처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지난 3일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불안을 느낄 때가 많다. 양씨는 사건이 발생했던 당일 서현역 인근에 있는 병원을 가려다 소식을 접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는 직접 범행 현장을 목격했던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집 밖을 나가기 꺼려진다고 한다.
양씨는 “집 밖을 나가기는 무섭고, 집에만 있자니 관련 영상 등이 언론과 SNS에서 노출돼 극도의 우울감을 느낀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불안을 느끼는 건 남성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이다성씨(37)는 “분당에서 강남역까지 출퇴근하는데, 괜히 긴장하게 되더라”면서 “강남역에는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지만, 저녁 식사도 당분간 미루게 되고, 사람 많은 곳을 가는 건 아직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신림동에 이어 성남시 서현역에서 연달아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지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9일 데이터 컨설팅기업 ㈜피앰아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만 20세~69세 남녀 3천명 가운데 95%는 "칼부림 난동 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며 걱정이 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7%는 ‘공포심까지 들었다’고 답했다.
흉기 난동 사건을 접한 후, 행동 변화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2.8%가 ‘길을 걸어 다닐 때 주위를 좀 더 경계하고 살펴본다(핸드폰 보지 않기, 이어폰 꽂지 않기)’고 응답했다.
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되도록 가지 않으려 했다(22.3%), ‘호신용품에 관심이 생겨 검색해 보거나 구매했다(21.9%)’는 순으로 나타났다. ‘기존 약속 등을 취소하고 외출을 자제했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16.6%로 나타나, 이번 사건으로 행동의 적극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주말 주요 도심에 무장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한 것에 대해서는 79.2%의 응답자가 적절한 조치였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응답자의 45.6%가 ‘다소 과하긴 하나 일시적으로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답했고,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의 응답은 33.6%였다. 오히려 불안감을 높이는 과한 조치였다’의 의견은 20.9%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집단 불안’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피앰아이 조민희 대표는 “일반 국민들의 79.2%가 무장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한 조치를 지지할 만큼 실질적인 공포감을 느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호신용품의 검색 및 판매량 증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며, 원인 분석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후 기후재난으로 인한 사고, 강력범죄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이 누적됐다”며 “직접 사건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도 SNS나 언론 등을 통해 영상이 노출되면서 겪는 집단적인 트라우마(죽음,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과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뒤 겪는 심리적 외상)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현서 기자 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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