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의 액션은 달랐다"…정우성, 연출자의 고민 (시사회)
[Dispatch=정태윤기자] 첫 연출작이다.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선택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우성이 선택한 작품은, 전형적인 액션 느와르.
수혁(정우성 분)은 보스를 죽이고 수감됐다.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가 평범하게 살기 위해 조직과 맞서며 벌어지는 이야기.
그러나 정우성의 시선은 전형적이지 않았다. 분명 액션 영화다. 그런데 주인공이 시원하게 때리지 않는다. 도망가고, 몸을 숨기고, 차에 숨는다.
아내는 수혁에게 "(딸을 위해) 평범하고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우성은 이 한마디 때문에 액션을 바라보는 시선을 180도 바꿨다.
"수혁이는 평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아내의 죽음에도 폭주하지 않습니다. 부당한 죽음. 그 때문에 발생하는 폭력은 정당화될 수도 있잖아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정우성)
때문에 수혁은 (과도한) 폭력을 쓰지 않는다. 차에 숨어 성난 황소가 몸부림을 치듯 차를 움직이고, 빌런들이 서로를 처단하는 방식을 쓴다.
감독 정우성이 액션 누아르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영화 '보호자'가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감독이자 배우 정우성을 비롯해 김남길, 김준한, 박유나 등이 참석했다.
정우성은 "오랫동안 기다린 순간이다. 매도 빨리 맞고 싶었다"며 "연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결과물로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기를 하면서도, 늘 연출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첫 연출 도전. 시나리오를 고르고 고르진 않았을까. 그러나 그의 대답은 예상외였다.
그는 "완벽히 준비된 도전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연출할 수 있는 타이밍에 '보호자'를 만났다. 기회가 생겼으니 해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보호자'는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구조를 띈다. 조직에 몸담았던 인물이 주인공. 소중한 사람을 위해 평범한 길을 걸으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조직에 맞서야 한다.
정우성은 이 점이 오히려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많이 본 듯한 단순한 구조를 연출할 때, 어떻게 새롭게 펼쳐낼지 관찰하는 과정 자체가 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점을 둔 건, 액션이다. 그는 "액션을 어떻게 다룰지, 그 방식에 대한 고민만 한 달 동안 했다"며 "수혁은 딸을 위해 폭력을 쓰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딸을 지키기 위해선 싸워야 한다. 그 딜레마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혁의 싸움 방식은 방어적이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조직의 2인자 성욱(김준한 분)을 잔인하게 처단하지 않는다. 차에 몸을 숨기고 성난 황소가 몸부림치듯 움직여 위협했다.
무자비하게 때리고 죽이는 일반 누아르와는 달랐다. 직접적인 타격이 없지만, 시원했고 (오히려) 스타일리시했다. 심지어 웃음도 놓지 않았다.
성욱과 우진(김남길 분)은 분명 빌런이다. 성욱은 열등감에 시달리며 수혁의 목숨을 노린다. 우진은 천진난만하지만, 잔혹하다. 목숨을 게임으로 생각하는 인물.
그러나 이들이 등장하면, 피식피식 웃게 된다. 총과 폭력이라는 외피로 두려움을 주지만, 그 안에 있는 두려움과 연약함이 툭툭 튀어나온다.
정우성은 "악역을 귀엽게 바라보고 연출했다"며 "폭력의 정점에 있는 총을 들고 있지만, 그 자아 자체는 굉장히 불안하고, 연약하다. 그 모습이 저에겐 귀여웠다"고 털어놨다.
덕분에, 영화 후반 부로 갈수록 관객들은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액션이 아닌 블랙 코미디라는 것을…. 영화의 마지막, 성욱과 우진이 생사의 기로 앞에 놓여 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이 터졌다.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보고 단 한 번도 누아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결핍에 의해 시작된 블랙코미디로 봤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정우성은 이날 영화에 대한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그만큼 깊이 고민하고 철저히 준비해 만든 작품이다. 때문에 연기 디렉팅도 명쾌할 수밖에 없었다.
김남길은 "우성 감독님은 현장에서 매우 명쾌했다. 배우의 호흡을 명확히 알고 디렉션을 주셨다"며 "덕분에 편하게 맘 놓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우성 감독님이 '왜 배려하면서 연기하냐'고 하시더라고요. '프로들이 모였으니 너만 생각하면서 이기적으로 연기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연출자이자, 연기 선배님 입장에서 정확하게 짚어주셨죠."(김남길)
신유나(진아 역)는 "제가 가장 막내고, 대선배님들과 함께해서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모니터할 때마다 '어땠어?'라고 먼저 의견을 물어봐 주셨다. 덕분에 편하게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첫 연출작, 만족도는 어땠을까. 정우성은 "아직 모르겠다. 그저 관객들에게 어떤 요소이건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 영화이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하나는 자신했다. "작업 과정에서 감독으로 최선을 다했냐는 질문에는 만족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호자'는 오는 15일, 광복절에 관객들을 만난다.
<사진=정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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