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수사단장 “尹 지시대로 엄정 수사”… 국방부와 진실 공방

구현모 2023. 8. 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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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건을 조사하다 보직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실명 입장문을 내며 국방부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에 따르면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전화해 "경찰에 이첩하는 사건 서류를 보내라"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빼라" 등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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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증폭
“국방부가 ‘혐의 빼라’ 등 지시”
국방부 “사단장 혐의 언급 안 해
일부 보도에 법적 절차 취할 것”
시민단체 “조사 기록 공개해야”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예고했다. 사건을 조사하다 보직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실명 입장문을 내며 국방부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는 9일 출입기자단 문자 공지를 통해 “해병대 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1사단장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는 모 매체의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이라고 밝혔다. 또 해병대 수사단장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인계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차관이 자체 수정하라면서 이를 묵살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전날 신범철 차관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1사단장을 수사 기록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절차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혁신위 참석한 金 해병대사령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가운데)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2차 회의에 참석한 모습. 해병대는 지난달 경북 예천의 수해 실종자 수색작전에 투입된 채수근 상병의 사망사고 수사와 관련해 ‘모종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사령관 왼쪽은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오른쪽은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장.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국방부 입장과 달리 추가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에 따르면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전화해 “경찰에 이첩하는 사건 서류를 보내라”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빼라” 등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국방부는 경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죄 혐의가 적시된 것을 문제 삼았을 뿐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혐의자를 제외하라고 한 것이 사실이라면 국방부가 수사 내용 자체의 수정을 시도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박 대령은 이날 실명 입장문을 공개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대로 엄정하게 수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채 상병) 사고를 수사함에 있어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그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자신이 지시에 불응해 항명 혐의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 이첩 시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접·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며 “다만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개인 의견과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병대는 정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생각한다. 그러한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 20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상병 빈소에서 해병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외압 의혹과 관련해) 여러 주장은 있는 것 같은데 그 주장들이 정확하지 않은 면도 많이 있는 것 같다”며 “이 문제는 국방부에서 대응하는 걸로 알고 있고, 국방부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해병대 수사단 간 진실공방이 이어지자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을 비롯해 사건의 전후의 상황들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 입장과 배치되는 의혹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군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국방부가 자세한 설명 없이 부인으로만 일관한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며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라는 이종섭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단장이 보직 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이 해당 업무를 계속하기에는 제한 사항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는 관련자들의 과실이 나열됐으나 과실과 사망 간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어 범죄 혐의 인정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구현모·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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