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20년 전보다 더 갈라진 미국인, 대선 앞두고 분열 커져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 사회·정치적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차가 20년 전보다 더 심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인들의 분열이 전방위적으로 심화되는 모습입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갤럽 여론조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갤럽은 2003년과 2013년, 그리고 올해 10년 간격으로 미국 성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양당 지지자들 사이 견해차를 살펴봤습니다. 분석 결과 기후 변화와 환경, 낙태, 이민, 총기 규제법 등과 같이 최근 몇 년간 정치적·이념적 논쟁의 최전선에 있었던 이슈에서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갤럽은 진단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2003년 민주당 지지자의 70%, 공화당 지지자의 41%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지구 온난화에 우려한다는 비율은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87%로 높아졌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35%로 낮아져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가'라는 질문에도 올해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88%가 동의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37%만 동의해 2003년과 2013년보다 격차가 더 커졌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낙태가 합법이어야 한다'에는 2003년 민주당 지지자의 32%, 공화당 지지자의 15%가 찬성했지만, 올해는 찬성 비율이 민주당 지지자는 59%로 높아진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12%로 더 낮아졌습니다.
'이민은 줄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2003년 공화당 지지자의 53%, 민주당 지지자의 42%가 찬성했지만, 올해 조사에선 찬성 비율이 공화당 지지자는 58%로 늘었고 민주당 지지자는 18%로 급감했습니다.
'총기 규제가 더 강화돼야 한다'에 찬성하는 비율은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2003년 70%에서 올해 84%로 높아졌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2003년 41%에서 올해 31%로 낮아져 역시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갤럽은 "지난 20년 동안 양당 지지자의 주요 이슈에 대한 견해차가 거의 동일하거나 더 커졌다"면서 "이는 미국인이 정치적 정체성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뉠 때 정치적·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도 두 그룹으로 나뉜다는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CBS뉴스 여론조사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최근 기소된 가운데, 검찰 판단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후 불법적으로 정권을 계속 잡으려고 했다고 보는 미국인은 절반을 약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미국인의 분열 심화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하는 후보들이 '트럼프 따라하기'를 앞다퉈 펼치면서 불신이 조장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경쟁자들은 잇달아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주말 유세 도중 "우리는 취임 첫날부터 모든 딥스테이트(deep state·국가를 좌지우지하는 비밀집단)의 목을 칠 것"이라며 행정부 내 일부 기득권 엘리트 집단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 언사로 표현했습니다.
기업가 출신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딥스테이트'와의 투쟁 일환으로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을 폐쇄하고 싶다고 했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대사는 4월 트위터에 "IRS가 미국 중산층을 추적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느냐"는 글을 올렸습니다.
군대, 법무부, 검찰, FBI 등 미국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기관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국가기관 때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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