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가계부채] 9억이하 집 찾다가… "경기·인천 막차 탔어요"
서울, 5억대출 가능지역 드물어
#서울 강남권에서 근무하는 김모씨(30대)는 지난달 특례보금자리론(이하 특례론)을 이용해 내집마련에 성공했다. 신혼생활을 전세집에서 시작한터라 신혼특별공급 청약을 꾸준히 넣었지만 늘 낙첨신세라 매매로 눈을 돌린 것. 부동산 시장이 약간 꺾이기도 했고, 특례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9억원 이하 주택을 적극적으로 찾다가 신분당선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 용인시 동천동에 집을 마련했다.
주택시장 하락이 지속되자 정부가 올해 초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으로 규제완화 카드를 꺼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출규제 완화에 주택 실수요자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연초 정부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놨는데 소득 상관없이 9억원 이하의 주택에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지 않는터라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수요 등이 대거 움직일 것이 예상된 바 있다.
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이 집계한 지난달 31일 기준 특례론 유효 신청금액은 31조1000억원이라 연간 공급 목표액 39조6000억원 대비 78.5%가 신청됐다. 건수만해도 13만2000여건에 달했다.
실제 특례론 이용자들은 주택 구입을 위해 신청한 이들이 많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오기형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7월(1∼27일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심사를 통과한 유효신청 금액은 총 2조4328억원이었다.
이 중 80.3%(1조9537억원)가 '신규주택 구입 목적'이라 지난달(76.7%)보다 비중이 늘었다.
대출규제가 완화되자 서울 수요자들은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인천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매입자거주지별 주택매매거래 통계에 따르면, 1월 기준 888건 수준이었던 서울거주자의 경기 주택 매입건수는 2월 1300건을 훌쩍 넘은뒤 3~6월 1500~1900여건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5월에는 1991건으로 2000여건에 육박하기도 했다. 집값이 9억원 이하로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서울 출퇴근이 용이한 부천시와 고양, 용인, 김포 등의 거래가 많았다.
인천 역시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166명에 그쳤던 서울거주자의 인천 주택 매입건수는 166건에 그쳤는데 2월 243건을 늘었다가 3~6월에는 300~400여건을 오가고 있다. 특히 서구와 부평구, 계양구 등의 거래 건수가 두드러졌다.
이렇게 규제 완화로 거래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며 정부가 의도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문제는 이와 함께 가계대출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중심 주택구입 수요가 지속하면서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가 5개월 연속 늘어났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7월 말 기준 1068조1000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6조원이나 증가했다. 여기에 주담대는 올해 2월(-3000억원)에만 잠깐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3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수도권 중심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로 가계대출이 큰 폭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아파트 거래량 증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택자금 수요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최근 부동산 시장에 '집값 바닥론'이 퍼지며 조금씩 거래가 늘어나고 있지만 하반기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특례론 등을 활용한 수요가 남아있어 올해 연말까지는 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평년만큼의 회복세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 랩장은 "거래량이나 가격으로 보면 서울이나 수도권, 세종시 정도는 작년 4분기보다는 나아지고 있어서 일견 수치상으로는 '집값 바닥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면서도 "지방은 아직 미분양이 대거 남아있는데다가, 시장 전체적으로는 역전세 이슈도 남아 평년 수준의 거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고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 위주로 반등지역이 늘어 하반기에 중저가 가격대의 지역이 이 흐름을 이어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가수요가 붙을 만큼의 시장상황은 아니다"라며 "기준금리 인상보다 시장금리가 더 빠르게 오를 가능성도 있고, 특례론 금리 인상도 부담으로 작용하며 매수심리 위축되며 매도-매수간 눈치싸움으로 인한 강보합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연기자 enero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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