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의금 소아암 아이들에 기부해줘” 희귀암 30대의 유언
희귀암으로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30대 여성이 자신의 부의금 중 일부를 소아암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써달라며 기부의 뜻을 남겼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최근 고 조아라(34)씨의 가족들이 병원을 찾아 소아암 환아를 위한 치료비 지원금 1천만원을 기부했다”고 9일 밝혔다. 조씨 가족은 조씨가 생전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본인의 부의금 일부를 소아암 환우를 위해 기부하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기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남 화순에서 태어난 조씨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과장으로 재직했다. 조씨는 작년 7월 미국 MBA 유학을 준비하던 중 근육에 생기는 희귀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서울에서 꾸준히 항암 치료를 하던 조씨는 지난 3월 가족들이 있는 화순전남대학교병원으로 전원했다. 그러나 림프를 따라 퍼진 암세포로 인해 적극적인 항암 치료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완화의료병동에 머물렀다.
지난 4월부터 조씨는 자신의 영정사진을 고르고 부음을 전할 명단을 만드는 등 삶을 정리했다. 같은달 병원 측에서 ‘소원 들어주기’ 프로그램을 마련하자 조씨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처럼 친구들을 모두 보고 싶다”며 어릴적 친구부터 직장 동료까지 가까운 지인 20여명을 병원으로 초대해 마지막 생일파티이자 본인의 생전 장례식을 열었다. 장례식에서 조씨는 “기일에 남은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슬퍼하는 대신 내 이야기를 하면서 웃으면 추억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생전 장례식에 참석한 친구 김모(36)씨는 “삶을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았던 친구였다”며 “희귀암 치료하면서도 아픈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조씨는 줄곧 장기기증을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미 온몸에 암세포가 퍼진 상태라 장기를 기증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조의금 기부를 결정했다. 조씨는 당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다보니 어린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다”며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 친구들을 돕고 싶다”고 기부의 뜻을 가족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정용연 병원장은 가족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조씨가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따뜻한 마음을 보여줘 정말 감사드린다”며 “기부금은 소아암 환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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