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폭염 속 사망' 사과 한마디 없는 코스트코, 韓시장 뭘로 보나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공룡' 외국계 기업들의 배짱 영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소비재 유통 기업은 현장 최일선에서 만나는 한국 소비자 반응에 민감할 법도 한데 몇몇 외국계 기업은 태연하기만 하다.

소비자 눈치도 안 보고 가격을 인상하거나 사회적 물의을 일으켜 뒷수습 해야 할 때 사과는 커녕 고개를 빳빳이 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소비자가 기업에 기대하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 기업의 경영 활동 사이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그 괴리감은 '폭염 속 과로사' 사건으로 더욱 크게 느껴졌다. 지난 6월 외국계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쇼핑카트 관리 업무를 하던 노동자 김모 씨가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매해 여름, 무더위로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반복되는 만큼 혹서기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을 점검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중심에 있는 '코스트코'는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가 숨진 마트 주차장은 환풍기, 냉풍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바깥보다 온도가 높았고, 김 씨는 그 무더운 환경 속 시간마다 200대의 쇼핑카트를 밀고 다니며 사고 당일까지도 17㎞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3시간 연속 근무한 후에야 15분 쉴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물을 마실 수 있는 휴게실은 걸어서 왕복 10분 거리에 있었다. 김 씨의 노동 현장은 온열질환 예방 3대 기본 수칙인 물, 그늘, 휴식 준수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던 그야말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코스트코가 폭염 속 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을 제대로 점검해 대응했다면, 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그런 만큼 고용노동부는 이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코스트코는 이번 사고에 책임을 지게 되겠지만, 이와 별개로 사고 발생 후 지금까지 코스트코 사측이 보여준 태연한 태도는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코스트코 대표 등 사측은 김 씨의 죽음 이후 그 어떤 유감 표명 한 마디도 없었고,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는 김 씨의 장례식장에 찾아와 '원래 지병이 있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994년 한국에 진출해 30년간 기업 활동을 해온 코스트코는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8월과 10월 신규점 2곳을 새로 오픈해 현재까지 18개 매장을 운영하며 5조5000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연매출 6조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 청라점과 전북 인산점까지 오픈할 예정으로, 코스트코는 국내 매장을 2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부금은 연간 약 13억원 수준에 그친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돈을 얼마나 잘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어떻게 버느냐를 평가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중요한 잣대가 됐다.

코스트코는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국내에서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이라는 독보적 위치를 구축했지만, 소비자가 기대하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규모에 맞는 품격을 갖추었는지, 이제 소비자가 엄격히 심판해야 할 때다.

소비자와 구성원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 활동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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