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대원 사망 수사 축소·은폐 시도, 누구 지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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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북 예천에서 호우 실종자를 찾다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둘러싼 '책임 축소'와 '윗선 개입'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는 해당 부대 사단장 등의 책임을 지적한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집단항명 수괴 혐의까지 적용하며 옥죄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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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순직 수사 논란]
지난달 경북 예천에서 호우 실종자를 찾다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둘러싼 ‘책임 축소’와 ‘윗선 개입’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는 해당 부대 사단장 등의 책임을 지적한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집단항명 수괴 혐의까지 적용하며 옥죄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사단장 등 해병대 1사단 8명에게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보고했고, 장관 결재도 받았다. 그런데 다음날 갑자기 예정된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다. 박 대령이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하자, 지난 2일 국방부는 ‘집단항명 수괴’ 혐의를 적용해 그를 형사입건했고, 직권남용과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 적용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군은 지난달 31일 국방장관이 수사 보고서의 이첩 중단을 명령했는데도 박 대령이 이를 어겼다고 주장한다. 박 대령은 9일 입장문을 내어 “경찰 이첩 시까지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접·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며 “법무관리관의 개인 의견과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해병대 1사단장 등의 이름과 혐의 사실을 빼라고 요구한 것은 해병대 고위층의 책임을 축소하려는 시도로 추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박 대령이 대통령실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뒤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대통령실의 압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채 상병이 구명조끼도 없이 실종자 수색 작업에 동원되었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도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군인권센터 등은 채 상병의 소속 부대인 해병대 1사단 사단장이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지시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수사를 통해 해당 부대장의 책임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수사 책임자가 압박받는다면, 누가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국방부는 9일 사건 조사를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믿는 이가 있겠는가.
누가 스무살 청년을 억울한 죽음으로 내몰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찾으려는 수사마저 축소·은폐하려 했는지를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다.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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