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해병대원 순직사고' 수사, 논란 키우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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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두고 군이 혼란상을 노출하고 있다.
사건 조사 자료를 경찰에 이첩한 해병대 박정훈(대령) 수사단장을 국방부가 '집단 항명의 수괴'라며 보직 해임하고, 이에 박 대령이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는 공식 입장문을 내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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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경북 예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두고 군이 혼란상을 노출하고 있다. 사건 조사 자료를 경찰에 이첩한 해병대 박정훈(대령) 수사단장을 국방부가 '집단 항명의 수괴'라며 보직 해임하고, 이에 박 대령이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는 공식 입장문을 내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초동조사 자료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 보고했고, 사흘 뒤인 2일 사건자료를 경북경찰청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이첩 자료에 구체적 혐의를 적시한 것은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 장관이 보류 지시를 내렸으나 박 대령이 이를 어기고 경찰에 이첩해 자료를 바로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령은 이첩 전까지 이 장관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범죄 혐의점이 있는 군내 사망 사건은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경찰과 검찰 등 민간 수사기관이 수사를 맡게 돼 있다. 국방부는 9일 채 상병 사건을 국방부 직할 조사본부로 다시 이관하고 해병대의 조사 결과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병대든 국방부든 군 자체 조사 내용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쓰일 뿐이라는 점이다. 임 사단장 등에 대한 혐의 적시가 타당한지를 살펴보려는 차원이라는 국방부의 설명이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군에서 중대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상급 지휘관에게 관리 책임을 묻고 물러나게 하는 게 대체적이었다. 지난 2014년 육군 28사단에서 윤모 일병이 동료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숨지자 박근혜 정부는 사단장부터 일선 대대장까지 보직해임 조치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경질했다. 군 기강 확립은 물론 국민 정서를 의식한 결정이었다. 이번 채 상병 사망사건도 지휘관의 책임을 묻는 선에서 마무리하면 될 일이었다. 이것이 상식인데도 국방부는 수사 책임자를 '항명 수괴' 운운하고 수사권도 없는 사건을 두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다시 검토하겠다고 나서며 논란을 오히려 확산시키고 있다. 이럴수록 불신과 의혹만 더 커질 뿐이다. 군은 사망과 성폭력 등 군내 중대 범죄 수사 권한이 민간에 넘어간 이유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스무살의 채 상병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은 게 지난달 19일이었다. 군의 조사 결과가 경찰에 넘어가지 못하는 바람에 사건 발생 20일이 넘도록 경찰의 수사는 개시조차 못하고 있다. 유족과 국민이 바라는 것은 무리한 수색작업이 강행된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혀내 응당한 처분을 하고,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진정한 강군으로 거듭나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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