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생산도 10개월째 뒷걸음질… 일본 같은 불황의 길 걷나
내수 부진에 기업은 출혈 경쟁
생산은 글로벌 수요 침체의 늪
15일 발표될 경제지표도 '암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경제가 활로 없는 터널로 들어간 것은 14억 인구의 내수 부진 외에도 글로벌 수요 위축,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대중국 포위망 강화, 당국 정책의 불확실성 등 다양하다는 것이 각종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자국 경제의 펜더멘틀(기초체력)이 탄탄하며 '위기론'을 일축하고 있다. 경제는 '생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치 기록 경신하는 각종 지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내놓은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를 보면 돼지고지(-26%) 뿐만 아니라 운송용 연료(-13.2%), 소고기(-4.8%), 신선 야채(-1.5%), 달걀(-0.5%) 등 상당수 품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신선 과일, 담배, 의류 등 몇 가지 품목을 빼고는 가격 상승률이 1% 아래에 머물렀다.
상품 가격이 내려간다는 것은 소비 부진으로 기업들의 가격 출혈 경쟁이 심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리오프닝' 이후에도 경기회복이 더뎌지면서 업계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할인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10개월째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 데이터는 내수 부진에 글로벌 수요 위축도 반영했다. 석유·가스채굴업(-21.5%), 석탄 채굴·세척업(-19.1%), 석유·석탄·기타 연료가공업(-18.3%), 화학원료·화학제품 제조업(-14.2%), 철금속업(-10.6%) 등의 가격이 줄줄이 떨어졌다. 글로벌 수요 약화와 경쟁 심화에 가격 인하로 대응했다는 해석이 있다.
주요 외신은 "중국의 7월 CPI와 PPI 지표는 하루 전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한 실망스러운 무역 수치를 뒤따랐다"고 평가했다.
전날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발표한 중국의 7월 수출은 1년 전과 비교해 14.5% 감소하며, 3년 5개월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지속될 시 소비 위축,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상품 가격 하락이 장기간 이어질 시 소비자들은 지출을 미루게 되면서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다시 물건 가격을 낮추면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일본이 수십 년간 겪었던 장기 침체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15일 발표 지표도 어두운 전망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 전망도 밝지 않다. 국가통계국이 오는 15일 내놓을 7월 소매판매에 대해 중국 내 이코노미스트들은 평균 전망치를 4.36%로 제시했다. 전월 3.1%보다는 올랐지만, 내수 회복의 길에 완전히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또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외부의 우려에 전문가 입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전망치에서 최고의 적중률을 보인 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더 떨어진 2.8%로 관측했다. 중국에서 소비는 경제성장률 기여율이 77.2%(올해 상반기 기준)에 달할 정도로 핵심이다.
7월 산업생산은 평균 4.51%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전월 4.4%에서 0.11%p 증가한 수준이다. 6월이 그랬던 것처럼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생산이 전체 지표를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농촌을 제외한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 자본 투자에 대한 변화를 보여주는 고정자산투자는 1~7월 평균 3.77%로 예측됐다. 전월은 3.8%였다. 주로 정부의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가 개선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100대 도시 토지거래면적이 55.9% 감소하는 등 더 약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코넬대의 중국 전문가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중국 경제는 성장과 민간 부문 신뢰도 저하의 악순환을 발생시킬 수 있는 디플레이션 진입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일본과 달리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호주커먼웰스은행(CBA)의 케롤 콩 외환전략가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가 회복되고 정부 정책 지원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이러한 판단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국가통계국 동리쥔 선임통계관도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시장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수요와 공급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CPI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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