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그놈' 루사 트라우마에 동해안 '초긴장'…"제발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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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무사히 지나가길 바랍니다."
북상하는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임박하면서 강원 동해안에 최대 600㎜의 물폭탄이 예고되자, 20년 전 태풍 '루사'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동해안 주민들은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기만을 바라며 기상특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20년 전 역대급 태풍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동해안은 이번 '카눈' 북상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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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출입통제·상습침수시설 대형펌프 갖추고 '긴장'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제발 무사히 지나가길 바랍니다."
북상하는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임박하면서 강원 동해안에 최대 600㎜의 물폭탄이 예고되자, 20년 전 태풍 '루사'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동해안 주민들은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기만을 바라며 기상특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9일 오전 막바지 피서철을 맞은 강릉 경포해수욕장은 피서객 하나 없이 한산했다. 백사장에는 일부 관광객들이 비 내리는 해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이내 안전 요원의 호루라기 소리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진안상가에는 코앞 경포호 범람에 대비해 대형펌프가 설치됐다.
경포해수욕장 초입에 위치한 진안상가는 일대 대표적인 상습침수구역이자 붕괴위험시설로, 지난 4월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이 실시, 출입이 통제됐다.
해변 인근 상인들은 물 건너간 대목보다 최대 600㎜의 '물폭탄'이 온다는 소식에 공포감을 느끼는 듯 했다. 바로 20년 전 동해안을 휩쓸었던 '그 놈'의 기억 때문이다.
초당동에서 식당을 A씨(60대)는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강릉시내가 온통 물바다가 됐던 기억이 아직 선하다"며 "이번에 오는 태풍이 바로 그 '루사'와 닮았다고 하는데, 물난리가 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동해안 주민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루사는 한일월드컵 직후인 지난 2002년 8월 찾아왔다.
당시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루사'는 중심 최저기압 970hPa, 최대 순간풍속이 39.7m에 달했다.
'루사'는 강원 동해안 일대에 역대급 피해를 남겼다. 이 태풍으로 당시 강릉지역에 870.5㎜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는 이전까지 최고 일일 강수량이던 1981년 9월 전남 장흥에 내린 547.5㎜ 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당시 루사로 인해 강원지역을 비롯한 전국에서 124명이 숨지고 60명이 실종됐다. 또 2만7619세대·8만862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건물 1만7000여동과 농경지 14만3261㏊가 물에 잠기고 도로와 철도, 통신 등 기간망이 붕괴되거나 마비되는 피해가 났다.
이 같은 '루사'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듬해인 2003년 추석 즈음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매미'도 강원도에 큰 피해를 가져왔다.
당시 '매미' 상륙으로 전국에서 117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다. 재산 피해액은 무려 약 4조2000억원에 달했다.
강원지역에서도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냈다.
이처럼 20년 전 역대급 태풍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동해안은 이번 '카눈' 북상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옥계면에 거주하는 김모씨(70대)는 "칠십 평생을 살면서 많은 난리를 겪었지만 그때 태풍(루사) 만큼 큰 피해가 난 건 보지 못했다"며 "제발 이번에는 태풍이 마음을 돌려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태풍 카눈은 제주도 서귀포 남동쪽 약 28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3㎞로 북북서진 중이다.
카눈의 중심 기압은 965h㎩, 최대풍속은 초속 37m(시속 133㎞)로 강도는 '강', 강풍 반경은 350㎞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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