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7페이지 중 범죄 사실 기재는 無… 해병대 수사단 압수수색 영장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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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등 관계자 3명의 압수수색 영장이 범죄 사실이 기재되지 않은 채 발부된 것으로 채널A 취재 결과 확인 됐습니다. 박 전 단장 등은 사건 조사 이첩 과정에서 집단 항명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서 "큰 흠결"이라는 지적과 함께 향후 재판 과정에서 압수물의 증거 능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9일 채널A는 국방부 검찰단이 청구하고 군사법원이 발부한 해병대 수사단의 압수수색 영장을 확인했습니다. 총 7페이지 분량의 영장 확인 결과 '압수·수색·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범죄 사실 항목이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필요성'만 나열돼 있었습니다. '압수·수색·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유' 제하의 별지에는 "해병대사령관의 진술 등에 따르면 피의자들에 대한 범죄혐의의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이 사건 범죄 혐의를 명백하게 규명하고,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의 4줄짜리 내용이 전부입니다.
통상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에는 별도의 종이에 '범죄사실 및 압수수색이 필요한 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 됩니다. 최근 '민주당 돈 봉투 사건'으로 의혹을 받는 윤관석, 이성만 의원(무소속)의 압수수색 영장의 경우 4페이지에 걸쳐 범죄 사실이 적혀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범죄 사실 기재 없는 압수수색 영장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입니다. 군 판사 출신의 박하영 변호사(법무법인 아인)는 "'범죄혐의가 상당하고, 누구를 압수수색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두 가지 요건이 다 있어야 한다"며 "피의자에게도 교부하게 돼 있는 만큼 알 권리를 위해서 범죄 사실은 명쾌하게 적시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영장전담판사 경력이 있는 재경지법의 A 부장판사도 "피의사실과의 연관성 아래 압수수색 필요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그것이 적시돼있지 않은 것은 큰 흠결"이라며 "피의사실이 기본적으로 특정돼야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도권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B 부장검사는 "이렇게 확보된 압수물의 경우 증거능력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검찰단과 군사법원 모두 국방부 산하 조직이라는 점에서 국방부 장관에 대한 집단항명 혐의 영장이 약식으로 발부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 됩니다. 국방부 파견 경험이 있는 법원 관계자는 "군 조직이라는 특성상 지휘관에 대해 제대로 대항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해석도 내놨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은 '범죄사실을 특정해 기재하지 않고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묻는 채널A의 질의에 "압수수색 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유가 기재되어 있다"며 "법이 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고 집행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또, 군사법원은 '범죄사실을 특정하지 않은 압수수색영장 청구서를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묻는 질의에 "군판사는 압수수색영장청구서 및 기록에 의한 범죄사실을 기초로 압수수색의 요건, 필요성을 검토하여 영장을 발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방부 산하 조직이라는 점에서 영장이 약식으로 발부된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군사법원 군판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 한다"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단장 등 수사단원 3명을 입건한 국방부에 대해 즉각 수사 보류를 촉구했습니다. 또 "축소·은폐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 않도록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 빠짐없이 경찰에 재이첩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민곤 기자 imgon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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