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바이러스 주입하려고?"…이념 전쟁터된 멕시코 교실

멕시코의 한 초등학교 모습. AFP 뉴스1 제공

 
오는 28일부터 멕시코에서 국정 교과서가 새롭게 보급될 예정인 가운데, 교과서의 내용과 교과 과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가가 주도해 제작하는 국정 교과서에 공산주의 사상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NBC 방송의 8일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행정부는 약 36권의 국정 교과서를 제작해 이를 무료로 배포했다. 전국의 모든 학교 1∼9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인 하비에르 알라토레는 좌파 성향의 정부가 새 교과서를 도입해 아이들에게 공산주의의 바이러스를 주입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지도자인 마르코 코르테스 또한 해당 교과서의 일부는 파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지지자들은 이 같은 논리를 펼치는 야당을 반대 의견을 탄압했던 ‘히틀러’에 빗대며 맞섰다.

NBC는 교과서 내용을 지적함과 동시에 수학, 독서, 사회와 같은 별도 과목 교과서나 수업을 없앤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체험적' 학습 과정을 우선한 나머지, 여타 과목들을 통합시킨 것이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새 교과서의 7학년 언어∙예술 교과서의 서문에는 ‘구소련 노동자 학교를 이상으로 삼아 멕시코 중등 교육도 그렇게 되는 것이 꿈’이라고 적혀 있다.

NBC는 4학년 과학·수학·역사 교과서에는 '자본주의 문화 아래에서 자연과 사회의 악화'라는 제목이 기재됐고 다국적 기업, 소비주의, 수입 식품 모두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라고 묘사하는 등의 특징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도에 잘못 표시된 지역명, 잘못 표시된 행성 간의 거리 등 허술한 오류도 속속 발견됐다.

이번 교과서들을 검토한 국립대학 사회학자 이슈타 카르도나는 행정부의 편견이 교과서에 녹아든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나도 현 대통령이나 이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한 무료 교과서로 배우고 자랐다. 이것은 국가로서 멕시코의 결함"이라고 꼬집었다.

김수연 온라인 뉴스 기자 ksy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