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美 고립주의와 워싱턴 선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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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기사를 보면 미국의 국가 분위기가 '고립주의'로 완연히 회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저먼마셜펀드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절반 정도의 미국인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제주의' 외교에 반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이라든지 동맹강화와 같은 바이든의 대표적 외교정책이 지금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2024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미국의 고립주의와 우선주의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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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권은 대체로 고립주의 국가 분위기에 조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우선주의를 비판하고 국제주의 외교의 기치를 내세우며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이 추락한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지도력을 회복하고 동맹관계를 복원하는 등 상당한 외교적 치적을 쌓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든의 외교정책 역시 미국 우선주의적 성향을 보여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성향은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foreign policy for the middle class)'이라는 다소 생경한 바이든의 대표적 외교정책 구호에 반영되어 있다. 바이든은 동맹국조차 미국우선주의라고 비판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이나 반도체 법안(Chips and Science Act)을 밀어붙였다. 중국을 정조준한 법안들이었지만 국제사회의 눈높이보다는 미국 대중을 염두에 둔 정책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이라든지 동맹강화와 같은 바이든의 대표적 외교정책이 지금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2024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미국의 고립주의와 우선주의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에게는 미국의 고립주의 외교보다는 미국이 적극적인 국제적 역할을 하는 국제주의 외교가 더 익숙할지 모르지만, 250년이 되어가는 미국 역사에서 미국이 국제주의 외교를 한 기간은 2차대전 발발 이후 70여년 정도밖에 안된다. 1차대전이 발발했을 때 미국은 고립주의로 일관하다 미국인 126명의 목숨까지 앗아간 독일의 루시타니아호 폭침 사건과 독일이 멕시코에게 동맹을 맺어 미국을 공격하자고 제안한 치머만 전보가 일반에게 공개된 후에야 참전을 결정했다. 진주만 공격을 받은 후에야 2차대전 참전을 결정한 나라가 미국이다. 그때도 고립주의자들의 반대는 거셌다. 이들은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위원회를 만들어 참전에 반대했는데, 트럼프는 이 위원회에서 미국우선주의 구호를 따왔다.
고립주의와 미국우선주의의 파고가 거세지면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강화한 한미동맹이 미국 국내정치의 희생물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 특히 워싱턴 선언과 핵기획그룹(NCG)의 미래가 걱정이다. 미국 국내정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워싱턴 선언의 후속조치를 제도화하는 작업을 조속히 수행해야 한다. 내년이면 바로 미국은 대선 정국으로 돌입한다. 어쩌면 지금이 워싱턴 선언의 제도화를 위한 골든타임일 수도 있겠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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