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데뷔전서 적시타·호수비…빛바랜 대표팀 2루수의 공수 맹활약 [야구월드컵]

황혜정 2023. 8. 9.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루수 박소연이 9일(한국시간) 홍콩전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세계야구소프트볼협회(WBSC).


[스포츠서울 | 선더베이(캐나다)=황혜정기자] 이날은 한 선수의 꿈에 그리던 국제대회 데뷔전이었다.

올해로 대표팀 3년 차. 그간 코로나19펜데믹(전세계대유행)으로 국제대회가 없어 자신의 기량을 세상에 보여주지 못했다. 드디어 찾아온 국제무대 데뷔전. 탄탄히 쌓아온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내야수 박소연(22)의 이야기다.

박소연은 9일(한국시간)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린 ‘2024 여자야구 월드컵(WBSC)’ 예선 첫 경기인 홍콩전에 6번타자·2루수로 선발 출장해 공·수 맹활약했다.

이날 1회말 터진 대표팀의 첫 득점도 박소연의 깔끔한 적시타에 의한 것이었다. 박소연은 0-2로 지고 있던 1회말 2사 만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자신의 국제대회 첫 안타이자 첫 타점이다.

박소연은 4회말 무사 만루에서도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만들었다. 이날 볼넷 2개도 골라내며 1타수 1안타 2타점 2볼넷으로 3출루 경기를 했다.

내야수 박소연이 9일 홍콩전에서 1회말 2사 만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박소연은 이날 공수 맹활약했다. 선더베이(캐나다)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경기 후 박소연은 “첫 국제대회 데뷔전인지도 지금 알게 됐다. 경기장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애국가를 들은 건 처음이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끓어오르는 듯한 ‘찡함’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날 타점 2개를 올리는 것을 포함해 3출루 비결로 “캐나다 출국 직전까지 매일 훈련한 결과”라고 밝혔다. 박소연은 “(어학연수를 다녀와) 야구를 한동안 쉬다가 (지난 7월초)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야구를 하다 보니 수비가 너무 안 되더라. 공의 바운드가 안 보였다. 그래서 일단 타격이라도 열심히 해보자 싶어 매일매일 타격 훈련을 했더니 감을 찾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만루 기회가 박소연 앞에서 2번이나 걸렸지만 모두 성공시켰다. 박소연은 “전에는 만루 상황에 닥쳤을 땐 나 혼자 조급해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 기회를 살려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들어가서 내 할 것만 하자. 공만 제대로 배트 중심에 맞추자’라는 생각으로 들어갔더니 공이 잘 보였다. 내 스윙이 나온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박소연이 9일 홍콩전에서 1회말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이 안타는 자신의 국제대회 첫 안타다. 선더베이(캐나다)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박소연은 첫 타석에서 적시타를 뽑아내자 크게 기뻐했다. 그는 “그때 나도 모르게 혼자 베이스 밟고 박수를 쳤다. 0-2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점수를 뽑아내 후련했다. 지금까지 야구가 잘 안돼서 너무 답답했다. 타격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답답함이 컸는데 ‘내가 드디어 팀에 도움이 됐구나’ 싶어 자연스럽게 세리머니가 나왔다”며 웃었다.

이날 2루수로 선발 출장해 내야를 빠져나갈 만한 타구를 모조리 잡아냈다. 2루에 공이 가면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수비를 선보였다.

박소연은 “오늘따라 몸이 가벼웠다. 상대 타자들이 배트에 공을 딱 맞추자마자 본능적으로 스타트가 잘 끊어졌다. 지금까지 대표팀 연습경기를 하면서 나 스스로 타구가 내 앞에 오면 불안했다. 그런데 오늘은 ‘나에게 공이 와라’ 하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다”고 밝혔다. 그만큼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박소연이 9일 홍콩전에서 2루수로 선발출장해 수비를 하고 있다. 선더베이(캐나다)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박소연이 최상의 몸 상태로 캐나다에 올 수 있었던 배경엔 가족들의 헌신이 있었다. 박소연은 “야구가 지난 한 달간 너무 안 돼서 집에서 좀 뚱해져 있었다. 쳐져 있을 때마다 가족들이 내 비위를 맞춰주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웃음). 또 평일에 훈련 갈 때도 어머니가 항상 아침 일찍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셨다.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주셨다”고 돌아봤다.

고등학교까지 엘리트 야구선수의 길을 걸었던 친오빠와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도 땡볕에서 박소연의 훈련을 도왔다. 그는 “저녁이나 오전 같이 중학교 야구부 훈련이 없는 날 학교 운동장을 아버지, 오빠와 찾아 매일 펑고도 받고 타격 연습을 했다. 오빠한테 조언을 구하다보니 감을 어느 순간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소연이 홍콩전에서 1루 투수 견제가 들어오자 헤드퍼스트로 1루에 돌아오고 있다. 선더베이(캐나다)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그러나 이날 대표팀은 7회초 홍콩에 4실점하며 역전을 허용, 결국 8-9로 고개를 숙였다.

이날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 판정에 선구안이 좋은 대표팀 몇몇 선수들이 삼진으로 돌아섰다.

박소연은 “좌우로 빠지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더라. 그게 어려웠다. 그래서 차라리 몸쪽 들어오는 공을 미리 손을 빼서 치려고 했다. 빠지는 걸 ‘툭’하고 치기보다 몸쪽 공을 더 빨리 회전시키자 싶었다”고 했다.

내야수 박소연. 선더베이(캐나다)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한편, 홍콩전은 한국시간으로 오전 12시 30분부터 장장 3시간 10분간 진행됐다. 박소연의 할머니도 박소연의 집으로 찾아와 가족들이 다 함께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봤다고.

박소연은 “텔레비전(TV) 위에 종이로 ‘여자야구 화이팅! 박소연 짱짱!’이란 글귀를 적어 그 새벽에 응원해주셨다. 감사한데, 한 점 차로 아쉽게 져서 속상하다”며 “앞으로도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서양 선수들과 경기를 한다. 체격 차이부터 크게 나지만 지고 있는 상황에서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점수 차를 좁히려는 정신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인터뷰에 앞서 “(주장이자 포수 최)민희 언니와 약 30분 가량 배트 스윙 훈련을 하다가 돌아오는 길”이라고 한 박소연은 “나름의 루틴이다. 하루라도 안 하면 불안하다. 어제도 하고, 오늘도 배트 스윙을 했다. 그래도 오늘 감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만루 찬스에서 더 좋은 타구를 만들었다면 이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다음 경기 승리를 기약했다. et16@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