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술유출 '중국 복제판 반도체공장'…피고인측 모두 '무죄' 주장

배수아 기자 2023. 8. 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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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기술유출 피해회사 특정 잘못…국가핵심기술도 아냐"
검찰 "기술유출 사건이지 설계도면 절도 사건 아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자 국가핵심기술은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중국으로 빼돌린 삼성전자 전직 임직원 관련 재판이 초반부터 치열한 법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피고인측은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가 모두 '무죄'라는 입장이다.

수원지법 형사14단독(단독판사 이지연)은 9일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위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3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 7명 중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한 A씨 등 3명에 대한 심리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향후 증인신문을 모두 마친 후 증거조사 때 혐의를 인정한 다른 피고인 4명과 함께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재판에서 다툼의 핵심은 '공소사실 유·무죄'와 '검찰의 열람등사 제한' 두 가지였다.

A씨 측 변호인은 '끼워넣기', '바꿔치기', '재활용', '부풀리기' 표현을 쓰며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변호인은 먼저 'BED' 등 3가지 자료 모두 피해회사 특정부터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해회사는 삼성전자가 아니고 중국회사이고 부정사용 행위도 대민 및 중국인데, 누군가 무리하게 해당 사건이 한국에서 진행되도록 '끼워넣기'를 하고 피해회사를 삼성전자인양 '바꿔치기'해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유출 사건에서는 피해회사 특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피해회사 특정이 잘못되면 피해자 변경뿐 아니라 전제된 사실관계 전부와 공소사실 전체를 모두 변경해야 하고, 이는 공소장 변경이 불가능하기에 모두 무죄"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회사는 '삼성전자'가 아니기 때문에 삼성전자 대리인이 공판기록에 대해 열람등사하는 것을 불허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국가핵심기술' 판단 근거에 대한 다툼도 이어졌다. 변호인은 검찰이 '국가핵심기술'이라며 기소한 해당 자료들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측은 "삼성은 자신의 회사에서 하이닉스에 이직해 하이닉스의 회생과 부활에 큰 기여를 한 피고인 A씨를 벼르고,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사건을 조작하고 부풀리는 것 같다"며 구속기소된 A씨에 대해 보석신청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검찰측은 변호인측의 발언에 불쾌해했다. 검찰측은 "해당 사건은 설계도면 기술유출 사건이지 설계도면 '절도' 사건이 아니어서 소유권과 무관하다"면서 "쟁점과 무관한 변론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마치 검찰과 삼성전자가 연합해 죄없는 무고한 국민을 구속기소한 걸로 주장하는데 증거와 관련해 말해야지 드러나지 않은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건 부적절하다"고 항의했다.

이어 "검찰이 대기업과 손을 잡고 기소한 것처럼 약자를 억압한 프레임을 짜고 있다"면서 "재활용 등 검찰에 대한 모욕적 언사는 삼가라"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의 열람등사 제한'과 관련해서도 검찰측과 변호인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측이 "기술유출 사건은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열람등사를 제한할 수 밖에 없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피해가 없도록 변호인 열람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변호인측은 "열람만 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 번 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다음 기일 전까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기일은 다음달 20일 열린다.

박진성 수원지방검찰청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장이 6월1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국가 핵심자료인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중국으로 빼돌려 무단 사용한 국내 최대기업 전 임원 등 7명 기소’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6.1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지난 6월12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는 산업기술보호법위반, 부정경쟁방지법위반 혐의로 A씨(65)를 구속기소하고, 삼성전자 전 직원B씨(60)와 중국의 반도체공장 감리회사 직원 C씨 등 공범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쯤까지 삼성전자의 '화성16라인BED', '시안공장 공정배치도(레이아웃)', '시안공장 설계도면'을 부정 취득하고 유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18년간 근무하며 상무로 퇴직한 후 SK하이닉스에서 부사장으로도 근무한 반도체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 기업 퇴직 후 2015년 7월 싱가포르에 반도체회사를 세웠고 3년뒤에는 대만의 한 회사로부터 약 8조원의 투자도 약정받았다. 이어 2020년 4월엔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원을 투자받아 반도체회사를 한 곳 더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삼성전자 등 자신이 근무했던 곳의 반도체 핵심인력 200여명을 빼내 고액연봉을 주고 영입하기도 했다.

이번에 부정 유출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설계도면' 등은 삼성전자에서 30년 이상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구개발,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거쳐 얻은 자료로, 최대 수조원 상당의 가치를 가진 영업비밀이자 국가핵심기술이라는게 검찰의 입장이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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