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글’은 공중 협박 행위”…법무부, 처벌 규정 만든다

박진영 2023. 8. 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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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법률 차용 법적공백 메워
공공장소서 흉기 소지도 처벌
현행법, 범행 계획 여부 등에 따라
살인예비 등 혐의 적용 쉽지 않아
공포 유발 문언 등 유포·게시 처벌
정보유통 차단 근거규정 만들기로
‘혜화역 살인 예고’ 등 6명 구속
지난달 21일 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이른바 ‘살인 예고 글’이 잇따르면서 법무부가 이 같은 행위를 ‘공중 협박’으로 보고 처벌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도 마련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법무부는 9일 “대검찰청으로부터 공중 협박 관련 법률 개정 건의를 받아들여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률에 살인 예고 글 등 공중 협박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살인 예고와 같이 공중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공포심을 야기하는 문언 등을 유포하거나 공공연하게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관련 정보의 유통을 차단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근거 규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공중을 대상으로 한 살인 등 협박을 하는 범죄가 빈발하고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이런 공중 협박 행위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미비해 처벌 공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공중 협박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 미국, 독일 등 입법례를 참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경은 현재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리는 행위에 대해 살인 예비나 위계공무집행 방해, 협박 등 혐의를 적용하고 있는데, 범행 계획·실행 여부 등에 따라 적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살인 예비 혐의의 경우 입증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법무부는 또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나 공중 밀집 장소 등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살인, 상해 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할 방침이다.
지난 7일 대구 동대구역에서 흉기를 소지하고 다닌 혐의(특수협박 등)로 경찰에 체포된 A씨가 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법무부 관계자는 “방통위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신속히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국민 안전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묻지마 흉기 난동을 비롯한 흉악 범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법무부가 곧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것”이라고 이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날까지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린 남성 6명이 덜미를 잡혀 줄줄이 구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은 이날 “불특정 다수의 공중 일반에 대한 온라인상 살인 예고 등 게시에 경찰과 협력해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총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남성으로, 10대가 2명이다. 전날 각각 서울 신림역과 놀이동산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한 A(29)씨와 B(19)씨가 구속됐다. 지난 7일엔 서울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한 왕모(31)씨, 인천 부평 로데오 거리에서 여성 10명을 살해하겠다고 한 C(40)씨가 구속됐다. 또 지난 6일엔 경찰관을 찔러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흉기를 들고 다닌 허모(19)씨, 지난달 27일엔 신림역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한 이모(26)씨가 구속된 바 있다. 법원은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일제히 발부했다.
대구국제공항에 대한 '폭탄테러'와 공항 이용객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기난동'이 예고된 가운데 9일 경찰이 대구공항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뉴스1
대검 관계자는 “온라인상 살인 예고 위협 글 게시는 단순한 장난으로 돌릴 수 없다”면서 “국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경찰력과 치안 행정력을 적시에 필요한 곳에 쓸 수 없게 만드는 범죄”라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살인 예고 글 작성자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구속수사를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경찰은 검거된 살인 예고 글 작성자의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만큼 구속 인원은 점점 더 늘 예정”이라며 “입건되는 사례들은 모두 훈방 조치가 아닌 형사처벌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촉법소년의 경우 형사처벌은 되지 않지만 소년법 제4조에 따라 전건 소년부 송치는 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가정법원과 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자 감호위탁인 1호부터 장기 소년원 송치인 10호까지 소년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박진영·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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