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리자 거래 급증···"집값 더 뛴다" 기대가 이자공포 눌렀다

윤지영 기자 2023. 8. 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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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주담대 5개월째 증가
50년 만기·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문턱 낮아지자 수요 몰려
주담대 금리 7% 도달 관측에
"증가폭 제한적일 것" 전망도
[서울경제]

은행권 가계대출이 1068조 원을 넘어서면서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 주택 구입 수요가 몰리며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 크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맞물려 대출 한도를 늘리는 효과를 내는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등까지 잇따라 출시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내 집 마련’ 움직임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9일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 원 증가하면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 4000억 원 늘어났다. 4개월째 증가세다. 대출 항목별로 보면 은행권 주담대가 증가한 영향으로 전 금융권 주담대는 5조 6000억 원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7월 은행 주담대는 6조 원 늘어나면서 올 3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담대 수요가 급증한 것은 아파트 거래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월 1만 9000건에서 2월 3만 2000건으로 급증한 뒤 5월과 6월도 각각 3만 7000건, 3만 6000건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의 경우 강남구 등 주요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타나는 등 매매 열기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올해 1월 1412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6월에는 3배 가까운 3852건까지 뛰었다. 7월 거래량은 2567건이지만 집계가 8월 말까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금융권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 역시 은행권 주담대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매수심리 회복을 꼽는다. 정부가 올해 1월 서울 용산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하고 전매제한 기간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 매수심리가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 주택 관련 대출의 증가는 거시 건전성 정책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 초 출시된 정책 상품 ‘특례보금자리론’도 주담대 증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시중금리보다 저렴하게 고정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도 적용되지 않아 실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7월 은행권 주담대의 경우 일반 주담대(3조 9000억 원)와 함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 상품이 2조 4000억 원 늘어나 눈에 띄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내놓은 최장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도 일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50년 만기 주담대는 정책 상품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은행권에서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현재 KB국민·하나·NH농협은행과 기업은행, DGB대구은행·Sh수협은행이 50년 만기 상품을 판매 중이다. 대출 만기가 늘어날수록 월 납입액을 줄일 수 있어 DSR 규제에 따른 대출 한도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주택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주담대도 증가하겠지만 금리 상승 우려로 증가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기준 4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27~6.038%, 혼합형(5년 고정형)은 4.12~5.90%다. 변동형 주담대의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2개월 연속 오른 영향인데 최근 은행채 금리 등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코픽스의 오름세도 이어져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조만간 7%에 도달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11일부터 금리가 0.25%포인트 올라 일반형 상품의 금리는 연 4.40(10년)~4.70%(50년)가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 위주로 주담대 수요는 꾸준하겠지만 기존 차주들 중에서는 높아진 금리 때문에 오히려 대출을 상환하려는 움직임도 생길 수 있어 주담대 증가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시장 유동성과 집값 상승 기대감이 맞물려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상승·증가할 경우 심각한 ‘빚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110조 원 넘게 쌓인 ‘초과 저축’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채 부동산 시장 유입을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있다 보니 주택 구입 수요가 한꺼번에 움직이면 언제든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발표한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2로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1년 뒤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심리가 더 강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금융통화위원 대다수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3.75%까지 추가 인상할 필요성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져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감은 커지게 된다.

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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