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날아오른 쿠팡' 침체뚫고 매출 21% 급증…이마트 턱밑 추격

2분기 매출·영업이익 최대 … 첫 연간 흑자 확실시
602조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
쿠팡 4.4% 신계계 5.1%
한번이라도 쿠팡 이용 고객
10% 늘어 2천만명 육박
직매입 넘어 오픈마켓 확장
네이버와 온라인쇼핑 '맞짱'

◆ 유통 판 바꾼 쿠팡 ◆

쿠팡이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쏘아올렸다. 지난해 3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 흑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매출 또한 '유통 공룡' 신세계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쿠팡이 그동안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전략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로켓그로스'를 통해 네이버가 주도하고 있는 오픈마켓 분야로 공격적인 확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켓그로스'는 판매자가 상품을 쿠팡에 보내면 보관부터 포장·재고 관리·배송까지 일괄적으로 대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다.

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쿠팡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58억3788만달러를 기록했다. 분기 매출로는 사상 최고치다. 이 기간 평균 원·달러 환율로 산출하면 쿠팡의 2분기 매출은 7조6749억원에 이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신세계의 매출(신세계 및 이마트 합산·연결 기준)은 9조38억원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국내 유통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쿠팡이 신세계와 견줄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 규모는 약 602조원에 이르렀으며 점유율은 신세계 및 이마트가 5.1%로 가장 높았고 쿠팡(4.4%), 롯데(2.5%)가 뒤를 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온라인 판매만 하기 때문에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를 취급할 수 없다"면서 "주류 등이 없는데도 신세계와 견줄 만큼 성장한 것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쿠팡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잠금효과(록인효과)'가 깔려 있다. 쿠팡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활성고객은 1971만명을 기록했다. 활성고객은 쿠팡에 방문해 분기당 한 번이라도 상품을 구입한 사람이 몇 명인지 산출한 수치다. 이미 전체 인구 5명 중 2명은 쿠팡에서 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칸타월드패널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지난 1분기 쿠팡은 구매경험률이 58.4%였는데, 이마트(65.2%)와 견줄 만큼 성장했다. 구매경험률이란 5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 중 1년간 해당 유통업체에서 구매한 경험이 있는 비율을 말한다. 특히 구매가 간편한 전자상거래 특성에 따라 연간 구매 횟수는 쿠팡이 13.2회로 이마트(8.6회)보다 많아 주목을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쿠팡에 들어가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이른바 '쿠팡 유니버스'가 완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가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통 시장에서 여전히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면서도 "비교 불가한 수준의 투자와 고객 만족에 변함없이 집중해 수익성을 확대하고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다만 유통업계는 국내 유통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침투율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국내 유통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침투율은 2016년 16%에 그쳤지만 2021년 40%를 넘어선 뒤 40%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쿠팡이 점차 사업 영역을 넓혀야 하는 순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은 풀필먼트 서비스인 로켓그로스를 통해 쿠팡 유니버스를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강점을 지니던 '직매입(1P)' 유통을 넘어 '통신판매중개(3P)'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쿠팡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 비중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중소기업 제품을 입점시켜 로켓그로스를 통해 판매·배송·반품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쿠팡만의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없던 중소기업이 쿠팡의 물류망을 이용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쿠팡이 자신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쿠팡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오픈마켓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조사에서 쿠팡의 온라인 구매액 점유율은 25.8%였고 네이버는 9.4%로 뒤를 이었다.

대만 진출 또한 쿠팡이 눈여겨보고 있는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다. 쿠팡에 따르면 대만으로 배송되는 로켓직구 상품의 90%는 한국에서 직접 보낸다. 쿠팡은 3만원(약 690대만달러) 이상 구매하면 무료로 배송하고 있다. 주문 직후 대만행 첫 비행편으로 발송하면 하루 이틀 사이에 소비자에게 도착한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 대만에 진출한 이유는 'K푸드' 등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으면서 도시 거주자가 많아 로켓배송을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