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PI 마이너스 전환 …'D의 공포' 성큼

소비자물가 29개월만에 최저
PPI -4.4% 10개월째 마이너스

중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기 대비 4.4% 하락해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CPI와 PPI 상승률이 함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는 가운데 물가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3% 떨어졌다고 9일 발표했다. 중국의 월간 C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통제가 한창이던 2021년 2월(-0.2%) 이후 처음이다. 중국 CPI 상승률은 올해 1월 '위드 코로나' 효과에 힘입어 2.1%를 기록했지만 지난 2월에는 1.0%로 오름폭이 크게 꺾였다. 이후 3월부터 계속 0%대에 머물다가 지난 6월 0%를 기록해 마이너스 전환을 예고했다. 돼지고기 가격과 교통수단용 연료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게 CPI 상승률을 마이너스로 전환시킨 주원인으로 꼽힌다. 돼지고기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26% 급락하고, 휘발유 등 연료 가격도 13.2%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시장 수요 위축으로 중국 공장에 재고가 쌓였고,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구와 가전제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동리쥐안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위원은 "기저효과로 올해 7월 CPI가 나빠 보이지만 이 효과가 사라지면 CPI가 점진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0.8%로 전달(0.4%)보다 오히려 올랐다고 강조했다.

7월 PPI는 전년 동기보다 4.4% 떨어지며 지난해 10월(-1.3%)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시장 추정치(-4.0%)보다도 하락폭이 컸다. 다만 6월(-5.4%)보다는 낙폭을 줄였다. 이에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따른 장기 침체를 겪었던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부양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빈 싱 모건스탠리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 정책당국과 통화당국이 어떤 대책을 내놓는지에 따라 디플레이션 기간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