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반발에 … 美 '中 AI 봉쇄령' 수위 조절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8. 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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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제한 기준 더 좁혀
군사용에만 철저하게 적용
사실상 스타트업 한정될 듯
中 대기업 투자는 가능해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중국 첨단기술 분야 통제 정책을 두고 완급 조절에 들어갔다. 미국 기업의 역외투자 제한 대상을 양자컴퓨터·인공지능(AI) 분야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일부로 한정해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우려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8일(현지시간)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대중 투자 제한 범위를 매출을 기준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행정부의 대중 투자 제한 조치는 AI·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사업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며 "첨단 산업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인 기업이란 사실상 '스타트업'에 한정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미국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이 다른 분야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는 중국 대기업에는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이번 행정명령은 공표 후 장기간 관련 산업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1년 뒤에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급 적용 규정을 배제했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예상보다 규제안을 완화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로 결심했으며, 이 명령 범위가 좁은 이유는 관계를 손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행정명령의 최종 버전은 초기 버전보다 덜 사납고, 새로운 투자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완화)을 강조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옐런 장관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특정 분야에 걸쳐 좁게 겨냥한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투명한 방식으로 대중 의견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은 군사용 목적 기술에는 철저한 제한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9일 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공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삼은 투자 제한에 서명할 것이며, 이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충돌에서 자본 흐름을 단속하기 위한 첫 번째 중요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바이든 정부 초기부터 추진됐지만, 미국 현지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투자 업계의 강력한 반대로 수차례 미뤄졌다. 미국 투자사는 지난 20년간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기술기업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왔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동맹국도 사실상 이번 정책에 동참하면서 중국 스타트업에 자금난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공화당에서는 주식과 채권 투자도 금지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 압박에 반발하며 희귀 광물 수출통제로 맞서고 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미국이 상습적으로 기술과 무역을 정치화하고 국가 안보 명목의 무기로 사용한다"며 "중국 권익을 확고히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와 공급망 재편 정책에 따라 중국 상품 수입액이 크게 줄었다. 중국은 10년 만에 대미 수출 1위 국가에서 3위로 주저앉았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상품을 2030억달러어치 수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2714억달러 대비 25%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나란히 2위와 3위를 기록한 멕시코와 캐나다는 각각 2360억달러, 2106억달러를 수출하면서 1위, 2위로 한 계단씩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소비자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우려로 수요를 줄이고 있으며 캐나다, 멕시코 등 가까운 국가와 무역량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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