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아들 "11년간 인간사냥 당했다"... '병역 의혹' 재판 불출석

양승오 전 과장 등 항소심 재판에
증인 불출석 사유서 제출 후 출국
"11년간 고통, 재검증 납득 못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가 2020년 7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아버지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가 본인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들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혹 제기 후) 11년 동안 인간사냥을 당해” 더 이상 고통받기 싫다는 이유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씨는 앞서 7일 양승오 전 세명기독병원 핵의학과 과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심리를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 이의영 원종찬 박원철)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뒤 이날 출국했다. 대리인이 공개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박씨는 “오랜 기간 극한의 고통 속에서 살아온 한 개인으로서의 존엄성과 신체의 자유가 더 이상 짓밟히지 않게 보호해 주기를 재판부에 간절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2011년 12월 척추 자기공명영상(MRI) 사진과 진단서 등을 근거로 4급 판정을 받고 공익요원으로 복무했다. 그러나 그가 타인의 MRI를 이용해 병역 판정을 받았다는 논란이 터졌고, 이에 박씨는 2012년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적으로 척추 MRI를 재촬영했다. 공개검증을 거쳐 두 MRI가 동일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병역비리 의혹을 처음 터뜨린 강용석 전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 과장 등은 2014년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라인상에 재차 박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박 전 시장의 당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앞서 박씨가 지난달 영국에서 입국한 사실을 확인해 그를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그는 불출석 사유서에서 “최초의 신체검증 시점으로부터 무려 11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지금의 저를 다시 법정과 대중 앞에 불러내 검증하겠다는 피고인들의 요구는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증인 출석과 신체 검증에 모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피고인들은 긴 재판과정에서 끊임없이 이 재판이 마치 ‘박주신의 병역비리 재판’인 것처럼 호도하며 저를 마치 피고인인 것처럼 여론 앞에 세우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어 “다수로부터 받는 정신적 폭력은 인간 자체에 대한 공포로 연결됐고 더욱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에서 한 민간인인 제가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한 이러한 공세에 끊임없이 물어 뜯기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절망적”이라고 호소했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