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300단' 문 연 SK하이닉스…삼성은 내년 양산
SK하이닉스 개발한 321단
이전 대비 생산성 59% 높여
삼성은 2030년 1000단 목표
합병 임박 키옥시아·WD 등
경쟁사와 기술 초격차 나서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한계로 여겨졌던 300단 고지를 세계 최초로 넘어서면서 기술 경쟁은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내년에 300단 이상 제품 양산을 예고하면서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다국적 경쟁사들과 기술 초격차 확보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가 미국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3'에서 발표한 321단 1테라비트(Tb) TLC 낸드는 이전 세대인 238단 512기가비트(Gb) 대비 생산성이 59% 더 높아졌다.
한 개의 칩이 더 높은 단수로 더 큰 용량을 갖춘 덕에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체 용량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이 제품들이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한 만큼 고성능을 강조하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또 다른 낸드의 한 축인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단수를 높이는 것보다 내실을 더 다진 제품을 내놓는 데 집중했다.
같은 날 처음 선보인 'PM9D3a'는 낸드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다. 연속 읽기 성능을 이전 세대 제품인 PM9A3 대비 최대 2.3배 개선했고, 임의 쓰기 성능도 2배 이상 개선했다. 올해 15테라바이트(TB)급 제품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3TB대 제품부터 최대 30TB급까지 다양하게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세 공정으로 압도적 원가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적층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72단 제품부터 더블 스택을 적용한 것과 다르게 128단 제품까지 싱글 스택을 적용하고 있다.
스택은 가장 아래에 있는 셀과 맨 위에 있는 셀을 하나의 묶음(구멍 1개)으로 만든 것을 뜻한다. 셀을 묶는 구멍을 적게 뚫을수록 전송 속도가 빠르고 비용도 덜 든다.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원가경쟁력의 비결이다. 삼성전자는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내년까지 9세대(300단 이상) 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낸드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SK하이닉스가 이날 2025년 상반기께 321단 제품 양산을 목표로 내세운 만큼 실제 300단 이상 제품의 양산 시점은 삼성전자가 조금 더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하반기 세계 낸드시장은 불황으로 인한 감산 경쟁에 이 같은 기술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점유율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진행한 올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낸드 추가 감산을 선언했다. 여기에 더해 시장 2위인 키옥시아와 4위인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설이 불거지며 대대적인 지각변동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낸드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4%, 키옥시아 21.5%, SK그룹(SK하이닉스+솔리다임) 15.3%, WD 15.2%, 마이크론 10.3% 등이다. 키옥시아와 WD를 합치면 점유율 36.7%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새로운 1위가 될 수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키옥시아와 WD가 이달 말까지 합병 계약을 맺는 걸 목표로 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필두로 한 중국 기업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5년의 기술격차를 둔 D램과 달리 낸드의 경우 한국과의 격차는 2년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YMTC는 계획했던 192단 낸드 양산을 중단하고 곧바로 232단 낸드 양산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공격적 감산과 더불어 부가가치가 높은 고사양 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불황 속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물리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에 필요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300단대 낸드 제품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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