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조경도 '작은 숲'···생태계 따져 아픈 나무 처방"

한민구 기자 2023. 8.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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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원·장우규 삼성물산 나무의사
조경 관리·식재 핵심은 흙과 뿌리
해충 박멸 아닌 친환경 방제 중점
과영양화가 되레 나무 부실 불러
자격 취득후 수목 진단·예방 주력
4계절 다른 조치로 나무건강 챙겨
천연기념물 소나무 돌보는게 목표
강기원(오른쪽)·장우규 나무의사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수목 관리를 위해 진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서울경제]

“큰 나무가 갑자기 쓰러져 사람이 다치거나 재산상 피해를 주는 일이 있죠. 나무 속이 썩어서 그렇습니다. 문제는 나무는 한 달 가까이 비를 맞아도 겉으로는 멀쩡하게 서 있어 표시가 잘 나지 않는다는 점이죠.”

삼성물산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기원 나무의사는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육안으로 봤을 때 나무에 버섯이 잔뜩 펴 있으면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진단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여름이면 뜨거워진 햇살로 식물들의 성장이 활발해지며 자연도태되는 나무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위험 수목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사계절이 있어 조경 관리를 위해 철마다 취해야 하는 조치도 다르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강 나무의사는 “나무가 과영양화되면 오히려 연약해져 월동에 실패해 가을에는 영양분 공급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봄이 오면 식목일을 나무 심는 날로 알지만 통상 이보다 한 두 주 앞서 식재하는 게 가장 좋다. 해충 생리를 파악하고 어떤 약제를 쓸지 정해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건강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나무의사는 농업고 졸업 후 1989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옛 용인자연농원)에 입사해 조경학 석사까지 수료한 조경 관리 전문가다. 나무가 너무 좋아 회사에 입사했다는 그는 공부를 거듭해 2020년 나무의사 자격을 취득했다. 조경 공사 담당으로 올해 입사한 장우규 나무의사도 지난해 나무의사 자격을 취득했다. 나무의사는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는 전문가로, 부적절한 약제 사용과 안전 수칙을 위반한 수목 진료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올해부터 본인 소유 혹은 농작물을 제외하면 농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나무병원의 처방이 필요하다.

강 나무의사는 “과거 조경 관리는 해충 완전 박멸이 목적인 경우가 많아 강한 약을 한번에 치는 일이 잦았다”며 “단지 내 조경도 작은 숲인데 그렇게 관리하다 보니 생태계가 깨지거나 내성을 지닌 벌레가 늘어 최근 방재 개념은 ‘밀도 관리’로 바뀌고 있다. 어떤 강도로 친환경 약제를 써야 가장 아름다운 조경을 유지할 수 있는지 배우게 된 게 나무의사 자격을 준비하며 얻은 큰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강기원(왼쪽)·장우규 나무의사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수목 관리를 위해 외진을 돌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사후 관리도 중요하지만 우수한 아파트 조경의 시작은 흙이라고 두 나무의사는 입을 모았다. 장 나무의사는 “건물을 지을 때 쓰는 토사는 식물이 숨을 쉬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식물도 사람이 숨 쉬는 정도의 산소량을 요구하는데 토양이 너무 단단하거나 질퍽하면 곧잘 죽어 조경 공사 전 좋은 흙을 받아오는 게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다음은 ‘뿌리’ 상태를 볼 줄 알아야 한다”며 “두 가지만 잘해도 식재 생존율을 최대치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천 조경으로는 여름에도 꽃을 볼 수 있는 ‘배롱나무’를 지목했다.

국토 개발을 위해 용인종합산림개발단지에 유실수와 경제림을 식재하고 퇴비 개발에 주력했던 용인자연농원은 현재 테마파크인 에버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강 나무의사는 “푸른 숲을 가꿔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목적으로 출범한 게 용인자연농원”이라면서 “당시만 하더라도 나무는 생물보다는 물건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컸는데 입사하니 작업 중 아무리 더워도 나무에 옷을 못 걸어두게 했다. 나무에 대한 관점이 물건에서 생물로 바뀌게 된 계기”라며 웃었다.

진료했던 나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용인 호암미술관 진입로에 있던 소나무다. 강 나무의사는 “뿌리가 너무 깊게 심겨 죽어가고 있어 베어내야 할지 고민했다”며 “살려보자는 일념으로 공기구멍을 만들고 3년간 수시로 관찰하며 노력을 쏟은 결과 지금도 건강하게 미술관 입구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두 나무의사는 가장 좋아하는 나무도 소나무를 꼽았다. 장 나무의사는 “기후위기 등으로 소나무는 업계에서 관리 난도가 가장 높은 나무로 꼽힌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수종인 만큼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강 나무의사도 “궁극적으로는 문화재수리기술자를 취득해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소나무를 진찰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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