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빼앗긴 '태평양도서국 되찾기' 나선 호주… 향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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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섬나라들의 '큰집' 격인 호주가 태평양도서국(태도국)들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중국에 빼앗긴 역내 주도권 되찾기에 나섰다.
태도국이란 남태평양과 중서부 태평양에 위치한 14개 도서 국가를 통칭하는데,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금을 이들 나라에 쏟아부으면서 호주의 영향력도 급속히 떨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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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맞춘 대외 원조 정책 발표
중국, 10년 전부터 영향력 확대
"판 바꾸기 쉽지 않을 것" 전망
남태평양 섬나라들의 ‘큰집’ 격인 호주가 태평양도서국(태도국)들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중국에 빼앗긴 역내 주도권 되찾기에 나섰다. 해당 국가들의 최우선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국제개발 원조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태도국이란 남태평양과 중서부 태평양에 위치한 14개 도서 국가를 통칭하는데,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금을 이들 나라에 쏟아부으면서 호주의 영향력도 급속히 떨어져 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호주가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 영향권에 편입된 섬나라들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대외원조정책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원조정책의 골자는 2025년까지 태도국에 투입되는 신규 투자액 200만 달러(약 26억 원) 중 절반 이상을 기후위기 대응에 쓰는 것이다. 나머지는 일자리 창출과 양성평등에 투입된다.
중국, 태도국과도 '일대일로' 협력
WP에 따르면 호주의 이 같은 정책은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대중 견제책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시진핑 국가주석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사업 확장 차원에서 태평양 섬나라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이 지역에 공을 들여 왔다. 2013년 9억 달러(약 1조1,900억 원)에 불과했던 투자액은 2018년 45억 달러(약 5조9,197억 원)로 다섯 배 이상 늘어났다. 중국은 10개국과 일대일로 협력 문서에 서명했고, 지난해엔 호주 앞마당 솔로몬제도와도 안보협정을 맺었다.
마음 급해진 미국과 호주
호주뿐 아니라 미국의 마음도 급해졌다. 솔로몬제도는 1940년대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이 일본에 결정적 승리를 거둔 ‘과달카날 전투’가 벌어진 군사적 요충지인데, 이제는 중국이 군대를 파견하고 군사기지까지 세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도국은 규모가 작지만, 유엔에서 다른 나라들과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탓에 수적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어획량과 심해 광물이 풍부해 잠재적 경제성도 높다.
이에 1993년 솔로몬제도에서 대사관을 폐쇄했던 미국은 올해 2월 이를 재개설했다. 통가와 바누아투, 키리바시에도 미국 대사관이 새로 들어섰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현재 국민총소득의 0.2%에 불과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대외 원조 비율을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영향력 되돌리기 쉽지 않아"
그러나 미국과 호주가 판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나라의 행보가 ‘뒷북 구애’로 인식되고 있는 탓이다. 투자액도 중국에 크게 못 미친다. 호주국립대 중국 전문연구원인 벤자민 헤르스코비치는 WP에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커진) 영향력을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통가, 바누아투 등 상당수 태도국이 중국에 진 막대한 부채 때문에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중국은 참여국에 돈을 빌려주고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를 지어주는 방식으로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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