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기술유출 '엄벌'…칼 빼는 법원·국회

민경진/김진성 2023. 8. 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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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법무부, 국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범죄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기술을 빼돌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려 하거나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무차별 살인을 일삼는 이들이 나오는 등 전에 보지 못했던 유형의 대형 범죄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법이 이들을 규제하기에 너무 무르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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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법·입법부, 대형범죄 잇따르자 '형벌 강화' 나서
산업스파이·저작권 침해 범죄 등
'피해에 비해 낮은 형량' 비판 일자
대법 양형위, 양형기준 정비나서
흉기난동엔 '가석방 없는 종신형'
국회 법안 발의…법무부도 가세
'엄벌주의' 논의에 경계 목소리도

법원과 법무부, 국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범죄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기술을 빼돌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려 하거나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무차별 살인을 일삼는 이들이 나오는 등 전에 보지 못했던 유형의 대형 범죄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법이 이들을 규제하기에 너무 무르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엄벌주의에 기대면 사회 전반이 경직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불붙는 처벌 강화 움직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8일 제126차 양형위원회 정기 회의를 열고 지식재산권 범죄의 양형기준에 국가 핵심기술 국외 유출·침해와 저작권 침해 등에 관한 기준을 추가하기로 했다. 지식재산권 범죄 양형기준에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 유형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대법원의 결정은 처벌 수준이 너무 낮아서 기술 유출 범죄를 대담하게 시도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복제 시도’ 사건을 주도한 삼성전자 전직 임원 등이 구속 기소된 것을 계기로 ‘더 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사람은 3년 이상 징역을 받도록 돼 있지만 중형이 현실화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세메스 전 연구원이 지난달 11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게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법원 양형기준이 기본 징역 1년~3년6개월, 가중 처벌할 경우 최장 징역 6년으로 규정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국회에서도 경제범죄에 관한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더 강한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 6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년부터는 불공정거래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총수입-총비용)을 부당이득으로 계산하고, 부당이득의 최대 두 배까지 과징금을 물을 수 있게 된다.

강력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 시도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용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선고가 가능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무부도 이와 취지가 같은 형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범죄 감소 효과는 미지수

실제 범죄 감소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대검찰청의 의뢰를 받아 1976~2009년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 530만 건을 분석한 결과 기존 형량을 10% 높여 선고할 경우 범죄 발생 건수는 3.9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범죄자에게 수천 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미국이 한국보다 살인 범죄율이 높다는 점에서 처벌 강화가 무조건 범죄 감소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5년 미국의 인구 10만 명당 살인 범죄자 수는 약 5명으로 한국(1명)보다 많다.

양형기준을 바꾸더라도 실제 법정에선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판사들은 오랫동안 다양한 사건을 대하면서 각자 나름의 양형기준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법정형이 달라지더라도 재판에서 선고되는 형량이 무거워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김진성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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