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지 않는 정신질환자 책임은 가족들 몫... "국가책임제 필요"

윤현서 기자 2023. 8. 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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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현병회복협회 등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따르는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관련 가족 단체들이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한국조현병회복협회, 한국정신장애인가족지원가협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보호입원제 폐지와 사법입원제 등 전반적인 정신의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환자의 인권보호 문제와 더불어 의료계와 법조계의 전문성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열악해 국민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구체적인 대책과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복지법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실상 모든 것을 가족(보호의무자)이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상 ‘비자의 입원’은 경찰이 의사에 요청 후 의사가 비자의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고 경찰관이 동의하면 실행하는 ‘응급입원’과 시군구청장의 의뢰로 정신과 전문의가 평가해 비자의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는 ‘행정입원’, 가족 2인 이상이 동의하고 정신과 전문의 2명이 인정하면 입원이 결정되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있다.

하지만 응급입원은 경찰 눈앞에서 실제 사건이 벌어지는 정도가 아니면 정신건강 비전문가인 경찰은 민원이나 소송이 두려워 소극적으로 실시할 수밖에 없다. 행정입원은 각 기초지자체에 배정된 예산이 아예 없거나 정신질환자의 가족이 입원 진행을 꺼릴 경우가 있어 실시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비자의 입원 건수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화영 법제이사는 “정신질환은 제대로 치료가 됐을 때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훨씬 낮게 떨어지게 돼 있고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 회복 가능한 질환”이라며 “미국은 사법입원을, 영국에서는 심판입원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보호의무자에 의한 비자의 입원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조현병회복협회 배점태 회장은 “호송과 비자의 입원 과정에서 국가가 뒷짐만 진 채 움직이지 않고 가족에게만 떠넘기니 환자의 원망이 가족에게 집중된다”며 “보호의무자 제도는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 간 회복하기 힘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 단체는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 및 (준)사법입원제 도입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전반적 정신건강복지 개혁 추진 위한 기구 설립 ▲가족단체 등 유관단체 참여 ▲OECD 평균 수준의 정신건강복지 예산 배정 등을 촉구했다.

신현영 의원은 "인권존중에 대한 보완책도 세심하게 논의돼야 하고, 환자단체와 가족단체 등 당사자들과의 소통과 의견청취 과정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면서도 "보호입원과 입원적합성심사제도 등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어, 보완을 위한 기존 제도의 철저한 분석과 객관적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 TF를 구성해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사법입원제는 중증 정신질환자 등에 대해 전문가 자문과 사법기관 판단으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윤현서 기자 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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