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 고갈, ‘국고 지원’으로 막으면 되지 않나요?[알쓸연금⑦]

민서영 기자 2023. 8. 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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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연금지식’
⑦국민연금 국고 지원
지난 6월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연합뉴스
올 하반기에 ‘연금개혁의 시간’이 도래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연금개혁의 목표는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오는 10월까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모수개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으로 3개월여 동안 국회와 정부는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다. 경향신문은 연금개혁을 앞두고 연금제도 설계 방식과 연금개혁의 쟁점 등을 ‘알쓸연금’ 시리즈로 싣는다.

국민연금은 ‘부분적립식’ 연금이다. 후세대 부담을 담보로 기금의 일부를 적립하는 방식을 뜻한다. 기금 적립금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건 가입자들이 낸 연금 보험료이다. 나머지 30% 가량은 연금공단의 기금 운용수익과 국고보조금 등이 구성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금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과 더불어 ‘국가 재정책임 강화’를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고 지원도 연금 재정 고민의 한 축 돼야···해외는 ‘사회세’ 걷어 기금 충당”

연금개혁을 논의하는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는 9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연금에서의 정부재정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주은선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국민연금 재정 문제는 제도 안팎의 불균형에 관한 것으로, 단순히 보험료와 급여 지출 사이의 수지 균형을 맞추는 문제로 해소되지 않는다”며 “국고지원과 같은 정부의 재정 역할 강화가 재정 문제를 고민하는 한 축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에 투입되는 국고보조금은 농어업인·소규모 사업장 등에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거나, 출산·군복무 크레딧 등 가입기간 연장 지원, 관리운영비 지원 등에 쓰인다. 주은선 위원은 이에 대해 “현재 국민연금 국고지원은 규모나 비중이 제각각인데 매우 제한적이고 기준도 일관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적연금 재정에서 국가의 책임이 강화된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주은선 위원에 따르면 프랑스는 ‘일반사회기여금’으로 대표되는 사회세와 일반 조세가 전체 연금 지출의 30%를 차지한다. 미국의 경우 2010년 경제위기 당시 한시적으로 보험료를 인하하면서 감면분을 일반 조세로 충당했다. 일본 역시 고령화 비용으로 용도가 지정된 소비세 일부를 연금 재정에 투입한다.

주은선 위원은 연금 사각지대를 위한 크레딧 제도를 전액 국고지원으로 전환하는 등 정부의 재정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연금 재정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일정 지출을 국고 지원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주 위원은 “보험료를 인상하면 국고 지원의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저소득 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의 재정책임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비례’ 국민연금의 역설···“재정 투입 전 ‘역진성’ 고려해야”

보험료 인상도 쉽지 않은데 조세 재정으로 연금을 충당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수완 민간자문위원(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현재도 보험료를 30년째 못 올리고 있고 조세 역시 갑자기 확 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몇십년 후에 굉장히 많은 비용을 보험료로 충당이 안 될 경우 조세로라도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엔 경제적인 생산성의 문제도 있지만 정치적인 불확실성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 국민연금 제도의 특수성을 고려해 당장의 재정 투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석명 민간자문위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다수 해외 국가들은 제도 적용의 보편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국가들이기 때문에 재정이 투입됐을 때 헤택을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받을 수 있지만, 우리 국민연금은 고소득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연금 혜택을 대부분 받는다”며 “본격적으로 연금에 국가 재정을 투입한다면 오히려 역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금에 상당수 재정을 투입하는 해외 국가의 경우 보험료율이 이미 18% 이상(한국은 9%)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더 올리기 어려워 세금이 투입된 맥락도 언급됐다. 이에 대해 주은선 위원은 “국고 지원이 장기적인 재정 대책으로써 2050년 이후에 이뤄진다고 가정한다면 그때는 가입자들과 수급자들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고 수급자들의 보편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역진성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단기적·중기적으로도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국가가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도움 될까?

일각에선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정부가 연금 급여를 의무 지급하도록 하는 ‘지급보장 명문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청문회에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우려에 따른 국민 불안 완화를 위해 필요시 신뢰도 제고를 위한 지급보장 명문화 검토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동의의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 제도이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을 명시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국가의 지급 의무가 사라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 차원에서 추상적인 명문화는 가능하다고 봤다. 주은선 위원은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필요하다면 (명문화를) 못할 이유는 없다”며 “다만 ‘부족한 금액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등 구체적인 책임 명시는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과 안정적인 급여 지급에 국가가 궁극적인 책임을 갖는다’는 정도로 기술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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