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한반도 관통 '초긴장'…정부·지자체·기업 총력 대응(종합)
해수욕장·해안도로 등 곳곳 출입통제…생산차 대이동 등 산업현장도 비상
(전국종합=연합뉴스)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국내에 상륙해 한반도 남쪽 끝부터 북쪽 끝까지 내륙에서 천천히 종단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과거 태풍으로 인한 강풍·침수로 큰 피해를 겪었던 지역에서는 차수벽·모래주머니·소방장비 등 활용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하는 한편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한 시설물 점검에도 주력하고 있다.
9∼10일 전국이 태풍 영향권…정부, 출퇴근 시간 조정 권고
기상청의 9일 브리핑 등 내용을 종합하면 카눈은 이날 오후 1시 제주 서귀포 남동쪽 300㎞ 해상을 지났고 시속 16㎞로 한반도를 향해 북북서진 중이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70hPa과 시속 126㎞(35㎧)로 강도 등급은 '강'이다.
카눈은 밤사이 제주 동쪽 해상을 지난 뒤 10일 아침 전남과 경남 사이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륙 후 카눈은 10일 오후 3시 청주 남동쪽 20㎞ 지점, 같은 날 오후 9시 서울 동쪽 30㎞ 지점을 지날 것으로 예보됐다.
이처럼 카눈이 한반도를 동서로 양분하면서 남에서 북으로 느리게 종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전국이 강풍과 폭우 등 태풍 영향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실이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어제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인명피해 최소화를 중심에 두고 중앙부처,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국민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본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난 대응 관련 업무 종사자를 제외한 근무자들의 출퇴근 시간을 적극적으로 조정해달라고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당부했다.
아울러 각 기관에 유관 민간기업 및 단체가 상황에 맞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도록 독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차수벽·모래주머니 등 자원 총동원…시설 점검에 곳곳 대피명령·출입통제
지자체도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한 가용자원을 총동원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9일 오후 높이 2m, 폭 200m(10m×20개) 규모의 마산만 방재언덕 차수벽(기립식 방조벽)을 세웠다.
현재 차수벽 안쪽(바닷가 반대쪽)으로는 횟집 등으로 쓰이는 지하층을 포함한 건물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차수벽은 평소에는 바닥에 눕혀져 있다가 태풍이 오면 소멸 때까지 세워두고 밀려오는 파도와 폭우가 겹치며 발생할 수 있는 인명·재산 피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일대에 침수 피해 등을 막기 위해 설치된 '슬라이드식 방조문'(높이 3m·폭 10m, 5개소)과 '투명강화벽'(높이 1.5∼2m·폭 300∼400m, 7개 구간) 역시 가동에 들어간다.
이같은 방재시설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남해안을 강타했을 때 마산합포구 해안가에 해일이 들이닥치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이후 설치됐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본 부산 송도해수욕장 앞 상가들에는 월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래주머니 등이 공급됐다.
울산시와 중구는 과거 심각한 침수 피해를 겪은 태화·우정시장에 대형 화재 진압용으로 쓰이는 대용량 방사시스템을 설치하고 침수시 물을 퍼내는 데 쓰기로 했다.
태화·우정시장 일원은 태화강 인근 저지대로, 2016년 태풍 차바 때 물난리를 겪었다.
울산시와 중구는 이 시스템과 대형펌프 6대를 함께 작동시켜 분당 105t의 물을 빼낼 경우 침수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북도는 지난달 폭우와 산사태로 큰 피해가 나 복구작업이 진행 중인 예천 등 북부지역과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엄청난 타격을 받은 포항 냉천 등 재해복구사업 현장에 문제가 없는지 거듭 점검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8일 태풍 북상에 맞춰 재해 약자 590명을 대상으로 이미 대피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시는 상황에 따라 취약지역 거주자들을 대피소로 추가 대피하도록 명령할 예정이다.
충북도 등은 지난달 중순 집중 호우로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하차도 대상 예찰 및 차단시설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인명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곳곳의 해수욕장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일부 해안가 산책로·해안도로, 지하차도, 둔치주차장 등에 대해서도 출입통제가 실시됐다
전국 14개 공항에서는 강풍에 대비한 항공기 결박 조치와 배수시설·지하차도 등 취약시설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10일까지 항공편 및 여객선 운항 등도 차례로 끊길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인천항을 포함한 주요 항구에서는 태풍 북상에 대비한 선박 대피에 분주한 모습이다.
크레인을 비롯한 하역 장비에 대해서는 고박을 진행하고 컨테이너를 4단 이하로 쌓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교육 현장은 대부분 여름방학 중이긴 하지만, 돌봄 및 수업 등으로 문을 여는 학교에 한해서는 탄력적 학사운영이 실시될 예정이다.
제주에서는 일부 학교가 이날 하교 시간을 앞당기거나 초등 돌봄교실과 유치원 방과 후 과정 등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개학일을 미룬 학교도 있었다.
경남도교육청은 태풍 직접 영향권인 10일 하루 도내 모든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산업현장도 비상…생산차 이동에 조선소 장비·컨테이너 고정 강화
산업현장도 카눈 상륙을 하루 앞둔 이날 피해 예방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수출 선적 부두와 저지대에 있는 생산차 등 5천여대를 안전한 지대로 옮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조업현장이 바다와 인접한 데다 골리앗 크레인 등 각종 철제 구조물이 많은 조선업 특성 때문에 태풍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살피며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군함 2척을 포함한 선박 7척을 서해 쪽으로 피항 조치했고, 건조 중인 선박들은 계류 로프를 보강해 강풍에 대비했다.
회사 자체 태풍 위험등급 가운데 최고 단계인 '심각'을 발령하고 전사 태풍 비상대책위원회와 태풍 상황실 운영에 들어갔다.
경남에 있는 대형 조선업체인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외부에 있는 각종 장비 및 컨테이너를 단단히 묶고 크레인 고정작업 등을 강화하며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10일 오전에는 임직원 안전을 위해 휴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우영식 전지혜 전창해 허광무 홍인철 이승형 전승현 최찬흥 김소연 이해용 신민재 김동민 김선경 기자)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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