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전속계약, 7년은 과도”…분쟁 앓는 크리에이터 시장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8. 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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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전속계약 기간 7년은 ‘과도’
불공정 여부 놓고 분쟁 잇따라
계약 해지 후 활동 놓고도 소송
개인방송 자료사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콘텐츠 기획사가 BJ와의 전속계약 기간을 7년으로 정한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BJ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 업계가 겪는 분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크리에이터 시장이 성장하면서 법적 분쟁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BJ는 기획사 밑에서 사실상 직원처럼 일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속계약 7년, BJ에게 과도한 책임 부과”
9일 매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콘텐츠 기획사가 한 BJ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7년으로 정한 것과 관련해 “장기간의 계약으로 BJ에게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김회근 판사는 지난달 방송 프로그램 제작·인터넷 방송사업 회사인 A사가 BJ로 활동한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사와 B씨는 2021년 9월부터 2028년 9월까지 7년간 전속계약을 맺고 주 5회(회당 5시간) 방송을 하기로 했다. 수익은 절반씩 나누는 조건이었다. B씨는 계약금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

계약서에는 방송을 계약대로 하지 않거나 BJ 측 잘못으로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각각 위약금 3000만원을 지급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계약금 1000만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는 내용도 함께였다.

그러나 B씨는 주 5회 방송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계약 체결 이후 한 차례 방송을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방송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

A사는 결국 법원으로 향했다. B씨가 A사에 빌린 830만원과 위약금 각각 3000만원씩 6000만원, 손해배상액 1000만원 등 총 783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B씨가 방송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A사의 핵심 주장을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손해배상액은 2830만원으로 감액했다. 전속계약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이유에서다.

김 판사는 “이 전속계약은 계약기간 7년의 장기간 계약”이라며 “B씨에게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고 있어 A사가 우월적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고 A사가 입을 예상 손해액에 비해 손해배상액 예정액도 과다하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BJ 전속계약 기간을 7년으로 정한 것을 부당하다고 봤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연예계 전속계약과는 차이가 있어서다.

연예계에서는 기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기간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설정했던 관행을 놓고 ‘노예계약’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중문화예술인과 기획사 간 전속계약 기간을 최장 7년으로 설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법원은 BJ 등 크리에이터의 경우 ‘7년 전속계약’마저 지나치게 길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계약 불공정 시비도…근로자성 주장은 ‘부정’
전속계약이 크리에이터에게만 불리한 조항을 담고 있다는 유형의 분쟁도 적지 않다.

한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개인사업자는 결방이 잦던 BJ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분쟁에 휩싸였다. 해당 BJ는 전속계약 내용이 자신을 부당하게 지배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반발했다. 계약 종료 후 유사한 수익 활동을 금지한 조항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BJ 측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나 다름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금지한다. BJ가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전속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법원은 사업자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최환영 판사는 지난 4월 “전속계약을 위반할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예정한 것”이라며 “잔여 계약기간과 BJ의 방송활동으로 인해 발생된 매출액을 기초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고 있어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사업자로서는 BJ가 계약기간 중 얻은 인기를 이용해 별도로 기존 활동내용과 유사한 수익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며 “수익 활동 금지 기간은 계약 종료 후 1년 정도에 불과해 부당하게 장기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면서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앞선 사례처럼 전속계약 종료 후 활동을 놓고도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한 기획사는 전속계약 종료 후 다른 방송사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BJ에게 위약벌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효력이 없다는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타 방송사에서의 일체의 방송을 금하는 전면적 방송금지 약정을 유효한 것으로 할 경우 어떠한 방송 활동도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활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계약 체결 단계서 분쟁 가능성 최소화해야
크리에이터 시장 분쟁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전속계약 체결 단계부터 불공정 조항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익 배분 기준, BJ와 기획사 간 비용 부담 비율, 콘텐츠 소유권 등을 자세하게 따져봐야 이후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조정 과정에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법적 분쟁과 더 다양한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 미디어 산업 총 매출액은 2조505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1000명 중 65%는 다른 직업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연평균 수익은 2083만원으로 ▲광고 1393만원 ▲협찬 277만원 ▲소속사 수익 배분·임금 120만원 ▲실시간 후원금 87만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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