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결국 ‘공정위 조사 방해’로 화물연대 기소···사업자단체 판단 논란
검찰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방해’ 혐의로 9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공정위 주장대로 화물연대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인 사업자단체라고 판단했다. 화물기사 상당수가 사업장에 종속돼 일하는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화물연대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12월 2~6일 공정위의 부당한 공동행위 현장조사 때 공정위 직원들의 사무실 진입을 막아 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사업자단체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려는 공정위 직원의 사무실 진입을 저지해 조사를 방해하면 징역 3년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적용했다.
핵심 쟁점은 화물연대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인 사업자단체인지 여부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11월 안전운임제 확대 등 화물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에 정부가 강경 대응을 선언하자 공정위는 직권조사에 나섰다. 공정위가 매우 이례적으로 노조의 파업에 개입한 것이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여서 자신들이 조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화물연대는 자신들은 헌법상 노동3권이 보장되는 노조이고, 공정위 조사는 부당한 탄압이라고 맞섰다. 공정위는 본안 조사는 하지 못한 채 조사 방해 혐의로만 지난 1월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공정위 주장과 동일하게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입차주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지위에 있다고 한 2010년 대법원 판례, 울산항운노조를 사업자로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제재를 할 수 있다고 한 지난달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가 건설노조의 지부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고려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화물연대 조합원 대부분이 개인 차주이기 때문에 경제적 독립성이 인정되는 사업자에 해당된다”며 “화물연대는 결국 개인사업자들의 모임이라 사업자단체”라고 했다.
검찰의 이런 판단은 화물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의뢰해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노동실태 연구보고서를 보면, 레미콘 회사는 배차와 업무수행 방식을 기사들에게 직접 지시·감독하고 기사들은 한 업체와 장기적이고 전속적인 계약을 맺고 일한다. 덤프트럭 기사들의 경우 골자재·배차업체에 대한 높은 경제적 종속관계로 인해 과속, 과적과 같은 운행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모든 형태의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레미콘 기사 중 사업자로 볼 수 있는 비율은 1%도 되지 않을 것이고 대부분은 지입차주 형태를 띄고 있지만 전속성이 매우 높은 특수고용노동자”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B2B(기업간 거래)가 아니라 노무제공자이며 영업용 번호판을 받기 위해 차를 갖고 있는 것도 잘못된 구습 때문”이라며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이들을 기소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화물연대는 성명을 내고 “검찰 기소는 노동자성을 확대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다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반노동 정부에 발맞춘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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