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ETF 베끼기 관행 손보기 본격화…11일까지 운용사 의견 수렴

문수빈 기자 2023. 8. 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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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베끼기 관행을 손보기 위해 주요 자산 운용사를 대상으로 의견 조사에 나섰다.

최근 일부 자산 운용사가 투자자 사이에 인기가 많은 다른 회사 ETF를 그대로 복사한 상품을 출시해 논란이 잇따르자,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다수의 자산 운용사에 이메일을 보내 ETF 신상품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 판단 기준 등에 대한 의견을 오는 11일까지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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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경쟁 과열에 경쟁사 인기 상품 버젓이 복제
중복 상품 무더기…거래소, 커닝 관행 본격 손질
신상품 아이디어 보호, 기준 확립 까다로워 난항

한국거래소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베끼기 관행을 손보기 위해 주요 자산 운용사를 대상으로 의견 조사에 나섰다. 최근 일부 자산 운용사가 투자자 사이에 인기가 많은 다른 회사 ETF를 그대로 복사한 상품을 출시해 논란이 잇따르자,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다수의 자산 운용사에 이메일을 보내 ETF 신상품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 판단 기준 등에 대한 의견을 오는 11일까지 달라고 요청했다. 우선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금투협) 등 기관을 선택지로 제시하고 어느 기관이 신상품 여부를 결정할 주체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또 신상품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도 물었다.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고 운용사가 자유롭게 의견을 적게 했다.

거래소는 운용사에 금투협의 신상품 보호 제도를 ETF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현재 금투협은 금융투자회사의 신상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신상품에 한해 일종의 특허를 한시적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심의를 통해 신상품으로 인정받으면 일정 기간 배타적 사용권을 받는다.

심의 항목은 ▲독창성 정도(50%) ▲금융 거래 시 고객 편익 제고 정도(35%) ▲인적·물적 지원 투입 정도(15%)로 구성된다. 합계 95점 이상이면 해당 금융사에 배타적 사용권 6개월이 주어진다. 다른 회사가 이 상품과 동일한 구조의 상품을 6개월간 출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합계 60점 미만일 경우엔 1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이 허용된다. 금투협의 신상품 심의위원회는 2019년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신청은 있었으나 신상품 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는 거래소의 제도 수정 움직임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운용 총보수를 0.01%까지 낮출 정도로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새 제도가 정착된다면) 아이디어가 (일정 기간) 보호되고 불필요한 경쟁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 증권가./뉴스1

그러나 ‘신상품’ 기준을 명쾌하게 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정 상품이 신상품으로 인정받으면 그 상품의 구조를 살짝만 바꿔서 다른 상품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선 그리 낯선 일도 아니다. 올해 4월 신한자산운용이 2차전지 소재·부품·장비를 중심으로 담는 ‘SOL 2차전지소부장Fn’ ETF를 출시하자,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7월 비슷한 콘셉트의 ETF를 상장시켰다.

세 상품은 2차전지라는 큰 콘셉트는 같지만, ETF가 따라 움직이는 기초 지수는 다르다. 모두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FnGuide)가 만든 지수를 이용하는데, 신한자산운용은 ‘FnGuide 2차전지 소부장 지수’, 삼성자산운용은 ‘FnGuide 2차전지 핵심소재10 지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FnGuide 2차전지 소재 지수’를 기초 지수로 삼는다.

기초 지수가 모두 다르지만 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구성 종목은 비슷하다. 신한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구성 종목은 9일 기준 1~10위까지 동일하다. 삼성자산운용의 구성 종목은 두 회사와 상위 10개 중 8개가 같다.

자산운용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신상품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면, 나중에 출시한 운용사가 ‘분명 차이가 있는 상품인데 왜 상장이 안 되느냐’라고 반발할 수도 있다”며 “신상품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각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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