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범 '스토커 피해' 망상 빠져 범행"

최예빈 기자(yb12@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3. 8.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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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역 사건 1차 수사결과
"신림역 사건 모방범죄 아냐"
살인미수 등 혐의 10일 송치
법무부, 공공장소 흉기소지
'살인예고글' 처벌규정 신설
온라인 살인예고 6명 구속

분당 서현역에서 14명의 사상자를 낸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 씨(22)가 자신을 감시하는 스토커 집단이 있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은 9일 1차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최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10일 검찰에 구속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최씨 휴대전화 2대와 컴퓨터를 포렌식 분석하고 프로파일러 면담, 진료 기록 분석,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다각도로 범행 동기와 과정에 대해 수사했다.

경찰은 최씨가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벌인 조선 씨(33)의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것으로 판단했다. 신림역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현역 사건이 벌어진 만큼 모방범죄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지만, 최씨는 신림역 사건 발생 이전에도 '사시미칼' '가스총' '방검복' '칼 들고 다니면 불법' 등의 키워드를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최씨가 신림역 사건 발생 닷새 뒤인 지난달 26일 온라인을 통해 흉기를 산 점 등에 미뤄볼 때 조씨의 범행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경찰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최씨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에 빠진 것이 범행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나를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고 범행했다"는 검거 당시의 진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스토킹 집단이 자신을 공격한다는 진술대로 그는 사건 발생 전 '스토킹' '조직' '방사선' '전파무기' 등에 대해 여러 차례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법무부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온라인 살인 예고·공공장소 흉기 소지 행태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공중을 대상으로 한 살인 협박 범죄가 빈발하고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이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미비해 '처벌 공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살인 예고 등 공중의 생명·신체에 대한 공포심을 야기하는 문언 등을 공공연하게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인터넷에 살인예고 글을 올리는 행위에 대해선 협박, 살인예비 등 혐의 적용이 가능하지만 피해자의 특정 여부, 실제 범행 계획 실행 여부 등에 따라 적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무부 견해다. 이에 글을 올리는 행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아울러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나 공중밀집장소 등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살인, 상해 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경찰은 온라인 '살인 예고' 게시글 관련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살인 예고 게시물을 올린 6명에 대해 협박·위계공무집행방해·살인예비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살인하겠다'고 예고한 26세 남성, 지난 4일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경찰을 살인하겠다'고 예고한 후 식칼 2개를 소지하고 나타났던 19세 남성 등이 포함됐다. 대검은 "온라인상 살인 예고 위협글 게시는 단순 '장난'으로 돌릴 수 없으며, 국민 불안을 증폭하고 경찰력과 치안 행정력을 적시에 필요한 곳에 쓸 수 없게 만드는 범죄"라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협박 혐의로 30대 여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서현역 사건 당일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서현역 금요일 한남(한국남자) 20명 찌르러 간다'는 글과 함께 흉기를 든 사진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최예빈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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