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세대갈등 불씨 '20대 연체율'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사라 오코너는 최근 "금리 인상이 세대 갈등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썼다. 30대 영국인 다수는 막대한 대출을 끼고 집을 사 고금리로 고통을 받는 반면 역사적 저금리 때 다 갚아둔 은퇴자들은 긴축에 개의치 않고 펑펑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비슷하다. 연령대만 좀 다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20대 이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44%로 역대 최고다. 40대 이상 연체율 0.21%의 2배를 웃돈다. 정책금융 '소액생계비대출' 이자 미납률도 20대 이하(21.7%)가 1위다. 전체 평균의 갑절에 육박한다.
기사로 쓰니 40대 댓글이 가장 많고(46%) 50대가 뒤를 잇는다. "해외여행·명품백·호캉스·오마카세로 탕진하는데 왜 빌려주나" "우린 단칸방에서 시작했다. 초년생이 꼭 서울 아파트 살아야 하나" "청년에게만 퍼준다. 세금 꼬박꼬박 내는 중년만 억울하다" 등이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일반적 정서다. 주변에 물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린것들'도 할 말은 있다. "집값이 미쳤는데 영끌도 안 하면 어떻게 내 집 마련하나" "윗세대는 부동산 상승기에 운 좋게 올라탔을 뿐 아닌가" "최저임금 주고 계약직으로 부려 먹는데, 생활하려면 대출을 안 받으려 해도 안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약한 소득 흐름이 청년 연체의 한 원인"이라며 "노동 시장 경직성을 해소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연체율 해결이 급선무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다. 세대 분열은 이미 위험 수준이다. 노장청은 조국과 박정희를 두고 일찍이 갈라섰는데 채무 관계까지 얽히면 너무 복잡해진다. 미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지난 7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인식조사에서 2030 청년 중 절반이 아이를 안 낳겠다고 했다. 경제적 불안이 주요인이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이고, 인구수 유지 조건인 2.1명에 한참 못 미친다. 아무리 예정된 소멸이라지만 굳이 이자 몇 푼 받자고 앞당길 필요까진 없지 않나.
[서정원 금융부 jungwon.se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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