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프랑스 이민자 통합의 이상과 현실
프랑스가 이민자 2세들의 저항과 시위로 혼란을 겪고 있다. 프랑스는 이민자들이 공화주의의 가치에 동의하고 프랑스의 일원이 되는 순간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는 동화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태어나 20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마뉘엘 발스가 총리를 역임하고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정당 경선에 나간 것이나 이민자 후손인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프랑스 공화주의의 모범적 사례라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민자 2세 청년들이 지속되는 차별과 배제에 저항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파리 외곽 도시에서 경찰의 검문을 피해 도망가려던 알제리계 이민자 2세 청소년 나엘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2005년 11월 경찰의 검문을 피해 도망가던 두 명의 이민자 2세 청소년의 죽음과 평행이론처럼 반복된 것이다.
2005년 이민자 폭동 이후 2007년 집권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문제의 원인을 사회 통합에 소극적인 이민자 집단으로 보았고, 새로운 이민정책은 프랑스 사회로 통합하려는 의지가 높고 인적 역량이 우수한 이민자를 선별하여 수용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즉 프랑스의 동화주의 원칙이 문제가 아니라 통합에 소극적인 이민자를 줄이고, 프랑스의 가치와 원칙에 동의하고 통합에 적극적이며 프랑스어를 비롯한 인적 역량을 갖춘 이민자를 선별적으로 수용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민자 집거 지역의 고밀화, 이민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불법체류자 방치와 열악한 삶의 해결은 프랑스의 라이시테(laicite), 동화주의, 관용 등의 원칙이 작동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 기존 이민자들은 프랑스 사회의 동화에 정말 소극적이었을까. 필자는 10여 년 전 프랑스 이민자 사회를 연구하면서 프랑스 이슬람협회 지도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슬림이기 이전에 프랑스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프랑스 법률과 가치에 반대되는 이슬람교의 일부 관행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5년 폭동 이후 프랑스를 공격한 여러 차례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은 분명 서로에 대한 대립적 갈등을 심화시킨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무슬림 이민자 청년들의 차별과 배제를 개선하기 위한 프랑스 정부의 정책 개입이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민정책은 단순히 이민자 규모를 추정하고 선별하여 체류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민자의 유입으로 발생하는 사회 문화적 변화를 예측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단기적 정책 수단뿐만이 아니라 장기적 정책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지난 7월 12일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회의장에서 인권, 평화, 기본적 자유, 세계시민성 증진을 위한 교육 권고안 개정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모든 참여자가 야간 회의까지 감내한 이유는 파리의 폭동과 갈등이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지혜를 모아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서로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벗어나고,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시 한번 새롭게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한국의 이민정책이 프랑스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은 이민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정책적 기교가 아니라 포용할 결심이 먼저라는 것이다.
[한건수 강원대 교수 한국이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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