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향유 격차 줄인 문화누리카드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8. 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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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
연간 11만원 문화예술비 지원
시행 후 9년간 1500만명 혜택
최근 3년간 가맹점 30% 늘어
문예위 "할인·티켓 지원 증가"
문화누리카드 사업에 동참해 기부 티켓을 제공하는 국립극단의 '만선' 공연 장면. 국립극단

지난 3월 국립극단이 명동예술극장에 올린 연극 '만선'에는 236명의 특별한 관객들이 자리했다. 문화누리 나눔티켓을 이용해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을 관람한 저소득층 관객들이었다. 김 모 관객은 "스크랩북에 티켓을 모으며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문화 생활을 해보니 삶에도 활력이 생긴다"는 소감을 남겼다.

문화누리카드와 문화누리 나눔티켓 정책이 시행된 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며 비로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이 문화예술·여행·체육 활동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문화이용권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05년부터 만들어진 문화바우처 사업을 통합해 전담한 뒤 2014년부터 문화누리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5만원으로 시작했던 사용 가능 금액이 매년 늘면서 현재는 저소득층들이 1년에 11만원을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시행 초기에는 정책 홍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수혜 대상자인데도 불구하고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하고 가맹점들을 계속 늘려가는 작업 역시 지속하면서 최근 들어 문화누리카드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8월 현재 가맹점 수는 2만8827곳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고, 시행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약 1500만명이 이 카드를 통해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경험을 누릴 수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등록가맹점은 2020년 2만2287곳에서 현재 2만8827곳으로 29.34% 늘어났고, 할인가맹점은 2020년 1283곳에서 현재 2075곳으로 61.73%나 늘어났다"며 "추후에도 계속 사용 가능한 곳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2022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를 보면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문화예술 행사 관람률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소득에 따른 차이가 크게 나타나며 고소득층은 전년 대비 24.7%포인트나 상승한 반면 저소득층은 2.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10배 가까운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문화 차원에서의 복지 정책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이자 문화누리카드의 적극적인 홍보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문화누리카드 가맹점에 등록해주시는 점주분들과 나눔티켓에 기부해주시는 민간 또는 공공기관의 관심 없이는 사업을 운영해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가맹점과 나눔티켓 기부처가 문화누리카드와 함께함으로써 문화계에 선순환을 일으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누리카드는 수혜자들은 물론 사회적인 공헌을 하길 원하는 가맹점들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되는 정책이기도 하다. 카드 소지자에게 최대 40%까지 할인을 지원하고 있는 국내 아쿠아리움 체인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서민호 대리는 "2021년부터 문화누리 전용 온라인 판매채널도 만들었고 그해는 약 6000명, 지난해는 약 6900명이 아쿠아플라넷 여수를 방문했다"며 "여수시 한려동주민센터와 함께 아쿠아플라넷 관람+여수케이블카+유람선으로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어르신들을 모시는 프로그램도 만들어 큰 보람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보영 국립극단 홍보마케팅팀장 역시 "문화누리카드와 나눔티켓을 통해 공연장의 문턱을 낮출 수 있었다"며 "연극의 재미를 알게 된 분들은 장기적으로, 잠재적으로 고객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공연관람을 나눔티켓을 통해 처음 경험한 분들이 그 이후에 또 문화누리카드로 결제해서 관람하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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