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인권 이유로 머그샷 공개도 못하는 나라 [사설]

2023. 8. 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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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서현동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의 신상이 7일 공개됐지만 머그샷 촬영 거부로 운전면허증과 검거 당시 사진만 배포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최씨의 머그샷 촬영 거부 소식이 알려지자 "살인자에게 촬영 선택권을 주냐"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등 유명인조차 머그샷 공개를 피하지 못했는데, 우리는 흉악범 인권을 과잉 보호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머그샷 촬영과 공개를 의무화한 법이 없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강력범죄·성폭력 피의자 신상 공개에 대한 법적 근거는 2010년 4월 마련됐지만 머그샷 촬영·공개와 관련한 세부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얼굴 공개에 관한 지침이 마련된 것은 2019년 5월 전남편을 살해해 신상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이 '커튼 머리'로 얼굴을 가린 게 계기가 됐다. 이 일로 머그샷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법무부는 '현행법상 가능하지만 강력범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피의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머그샷이 공개된 것은 2021년 '송파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이석준이 유일했다. 대부분 신분증 사진이 공개됐는데 촬영한 지 오래되거나 보정을 거쳐 실제 모습과 큰 차이가 있다 보니 실효성이 없었다. 지난 5월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은 증명사진이 공개됐는데 고교 동창들도 못 알아봤을 정도다.

세계 각국은 범죄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범죄자의 신상을 폭넓게 공개하고 있다. 미국은 피의자에게 '머그샷 촬영 선택권'을 주지 않고 있고, 일본은 범죄사건을 보도할 때 실명으로 보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고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머그샷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범죄자의 인권이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등 공공이익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이미 머그샷 공개를 내용으로 하는 관련 법안이 7건 발의돼 있지만 모두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흉악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국회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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