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잼버리와 CEO 병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8. 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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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장 철수를 시작한 8일 대회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을 맡은 장관들과 전북도지사가 대회 전에 올린 글을 읽어보니 사전에 대회 준비 상황을 전혀 몰랐던 게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구촌 청소년들이 그리는 꿈의 잼버리"(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역대 어느 잼버리보다 성공적으로 개최"(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쾌적한 환경에서 맘껏 즐길 수 있는 안전 잼버리"(김관영 전북도지사) 같은 문구를 차마 올려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실제 새만금 현장은 그 정반대였다.

장관들과 도지사가 이토록 현장 상황을 모를 수 있을까 싶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잭 웰치 전 GE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한 대담에서 "회사 사정을 가장 모르는 사람이 CEO이며 나 역시 그랬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아랫사람들은 CEO에게 듣기 좋은 정보만 제공한다. 부정적인 정보는 쏙 뺀다. 그러다 보니 CEO는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평사원보다도 모르게 된다. 저명한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이 같은 증상을 일컬어 'CEO 병'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도지사와 장관이 딱 그 병에 걸린 게 아닌가 싶다. 김현숙 장관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보였던 자신만만함이 그 증거다. 그는 "대회가 역경에 처할 수 있으며 역사가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경고를 듣고도 "태풍·폭염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고 자신했다. 현장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면 절대 못 할 말이다.

CEO 병을 피하려면 부하 직원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 장관이나 도지사에게 "기반시설이 엉망이다" "폭염 대책이 없다" 같은 부정적인 보고를 하더라도 안전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라는 뜻이다. 포드자동차를 살린 앨런 멀럴리 전 CEO는 그런 직원에게 상을 줬다. 장관과 도지사가 그렇게 했다면 현장의 진실을 미리 알았을 것이고 사전 대처도 가능했을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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