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에 7급 공무원 된 전직 교사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3. 8. 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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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어 경기도 7급 합격
과장·팀장보다 나이 더 많아
4년뒤 정년이지만 "매일 최선"

지난 2일 경기도는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청 북부청 고용평등과 경력단절여성지원팀에 행정 7급 신규 직원 류미숙 씨(사진)를 발령했다. 이날 경기도가 신규 임용한 공무원 47명(7급·9급·연구직·전문경력관) 가운데 최고령자다. 1967년생으로 만 56세다. 새내기지만 규정에 따라 4년 뒤(2027년 6월) 정년퇴임을 해야 한다.

9일 류씨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공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흔히 말하는 100세 시대에 무직으로 남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지만 50대 여성이 지원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다"면서 "저 자신과 사회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직종이 공무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류씨는 다채로운 이력을 지녔다. 최초 직업은 교사다. 사범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2002년까지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러다 아픈 딸을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뒀다. 자녀가 건강을 회복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사회 복귀를 떠올렸을 때 그는 이미 오십 줄에 접어든 상태였다. 류씨는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경기도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2017년 합격해 2018년까지 경기도청에서 근무했다.

류씨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기도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서울시 7급 공무원 시험에도 도전해 합격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시청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의정부에서 매일 서울시청으로 출퇴근하며 가정을 챙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류씨는 다시 경기도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집과 가까운 경기도 북부청사로 발령받았다. 류씨는 "시험 준비는 집에서 수험 교재로 했고, 어려운 부분은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면서 "시험 준비 중 코로나19에 걸려 입원을 하고 후유증이 오래가서 신체적으로 힘들기는 했으나 쉬어가라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큰 위기나 슬럼프는 없었다"고 했다. 50대 중반에 늦깎이 공무원이 된 류씨는 소속 국장과 과장, 팀장이 모두 자신보다 어리다. 류씨는 "신규 공무원으로서 직장 내에서는 계급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선배·동료들께 열심히 배우고 이를 경기도민께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은 보수 이상의 더 중요한 것을 포함하는 직업"이라면서 "공직자로서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연찮게도 류씨는 첫 업무로 중장년 여성 취업 지원과 경기도일자리재단에 위탁해 운영하는 새일센터 운영 지원을 맡았다. 류씨는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저에게 이 같은 업무가 주어져 운명이 아닌가 생각했다"면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도 경력단절 여성들이 경제력을 일구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재출발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류씨가 경력단절여성지원팀에서 근무하면서 도내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정부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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