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플러스] 수능 D-99…‘킬러문항 배제’ 후 첫 시험대에 ‘N수생’ 34%까지?
# '킬러문항 배제' 적절? 부적절?
"정답률 20% 이하는 찍는 것보다 낮은 수치…킬러문항, 교육적 의미 찾기 힘들어"
"우리 수능, 일본 센터시험서 미국 SAT시험으로 비슷해져 가는 경향성"
# 킬러문항 배제로 'N수생' 비율 증가?
"9월 모의고사 응시생으로 N수생 34%대 예측…킬러문항 배제로 재도전 가능 심리 작용했을 것"
#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둘러싼 갑론을박
"학종, 정시보다 중·저소득층, 비수도권 비율 커"
"준비 종류 늘어나 부담감 커지고 사교육 비용 커지고 반칙도 생기는 부작용도"
# 한국 입시제도 단기적·장기적 처방은?
"단기적으론 수능서 표준점수와 석차등급 없애야…원점수 부여하거나 SAT처럼 조정점수 도입 필요"
"양극단 프랑스-핀란드, 대입 시스템 달라도 특정 대학 향한 열망은 덜해…뽑는 제도…
■ 방송시간 : 8월 9일(수) 16:00~17:00 KBS1
■ 진행 : 이재석 기자
■ 출연 : 이범 / 교육평론가
https://youtu.be/Ae1hZf7XtW4
◎이재석: 어제가 수능 100일 전이었고 오늘이 그래서 99일 전이라고 하는군요. 올해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은 아무래도 최근 불거졌던 이른바 초고난도 문항, 킬러 문항이라고 하죠? 이 논란, 대통령까지 직접 언급한 이 논란 때문에 다른 때보다 더욱더 혼란과 불안감을 느끼기도 할 것 같습니다. 킬러 문항 얘기는 저희가 여러 번 다루기도 했었기 때문에 오늘은 문제의식을 좀 더 넓혀서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해보고자 합니다. 이른바 1세대 일타강사였다가 사교육계를 떠나서 서울시 교육청 정책보좌관을 지내기도 한 분이죠. 교육평론가, 이범 씨가 제 옆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범: 안녕하세요?
◎이재석: 일타강사 그만두신 지가 2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언론에서는 그 수식어를 붙이곤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범: 역설적이게도 제가 학원 강사 하던 시절에는 일타강사라는 말을 그리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지역별로 1등 하는 강사가 다 달랐거든요.
◎이재석: 그렇습니까?
▼이범: 전국을 커버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이제 2000년에 인터넷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의 창업에 참여했는데, 그러면서 온라인 교육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1등 하는 강사가 전국을 다 커버하는 게 가능해졌죠. 그래서 제가 이제 그때 1등을 했었기 때문에 1세대 일타강사라고 불렸던 것이고요.
◎이재석: 아무튼 20년이 넘었고, 그 사이에 서울시 교육청 정책보좌관도 하셨고 책도 여러 권 내셨고. 그런데 이건 뭐 약간 개인적인 질문이긴 합니다만, 10월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신다고, 그거는 어떤 이유로...
▼이범: 이런 시사 프로그램에서 할 얘기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이재석: 잠깐만 하시죠, 그럼.
▼이범: 원래 제가 이제 그 저 스스로를 좀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원래는 이제 2018년에 런던정경대, LSE에 방문 연구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도중에 무산이 됐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제 벌써 한 10년 전에 케임브리지대 교수 한 분께서 저와 얘기를 하다가 박사 과정을 들어와 보라는 제안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이재석: 그러니까 무슨 전공으로 가시는 겁니까, 그러면?
▼이범: 저는 이제 목표가 40년간의 한국 교육 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진보와 보수가 모두 공유하고 있었던 패러다임이 있었고 그것이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좀 해결하는 걸 방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그래서 이제 그런 것을 학위 논문으로 꾸미는 것을 목표로 도전을 했는데, 마침 제가 어학을 영국 가서 하려고 했는데, 비자 신청하고 나서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좀 많이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올해 가을에, 이번에 이제 합격을 해서 올해 가을에 시작을 합니다.
◎이재석: 아무튼 그동안에 표출해오셨던 그런 문제의식을 좀 더 학문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가시는 거군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오늘도 아마 그런 문제의식이 인터뷰 속에서 점점이 박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한번 좀 얘기를 해보죠. 수능이 이제 D-99인데요, 오늘. 아무래도 올해 수험생들이 많은 혼란을 느낄 것 같습니다. 이제 대통령까지 킬러 문항이라는 그 구체적인 단어까지 썼기 때문에. 그런데 지금 평론가님께서는 대통령이 언급한 그 킬러 문항 배제는 방향성은 옳다.
▼이범: 그렇습니다.
◎이재석: 그러나 그거를 이제 표출하는 방식, 설득하는 방식이 너무나 좀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 이렇게 보신다고 들었는데, 좀 부연을 해 주신다면요?
▼이범: 흔히 이제 킬러 문항과 같은 아주 어려운 문항이 있어서 변별을 해야 된다, 우리나라 수능은 상대평가 아니냐, 이런 식으로 많이 믿고 계신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시에서 즉, 수능 100%로 뽑는 경우에 결국 문제가 되는 건 동점자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그것은 이미 정교한 기준이 다 대학마다 마련돼 있고요. 그래서 거의 기술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시에서도 이를테면 세 영역을 합쳐서 몇 등급 이상이 넘으면 안 된다, 그 이하에 들어야 네가 최종 합격이다. 이런 식으로 수능을 최저 학력 기준으로 설정을 해 주는데...
◎이재석: 그러고 있죠.
▼이범: 그것 또한 수능이 쉬워진다고 해서 특별히 큰 문제가 생기진 않아요. 다만 학생들이 우리나라 상대평가가 좀 특이하게 돼 있어서 1등급, 그러니까 만점을 받은 학생이 4%가 넘으면 그 과목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됩니다.
◎이재석: 그렇죠.
▼이범: 그리고 심지어 만점자가 11%가 넘으면 한 문제 틀리면 2등급이 없어지고 바로 3등급이 돼요. 그러면 이제 학생들의 민원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건 좀 억울하다, 이런 느낌이 드니까요. 그것이 문제인 거지, 사실 학생들을 선발하고 변별하는 데에는 지금보다 수능이 쉬워진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 않고요. 비교를 해보면 우리와 같은 객관식 대입 시험이 이제 이를테면 일본의 센터 시험이 있고요. 최근에 이름이 이제 공통 테스트로 바뀌었습니다만. 일본은 이제 물론 본고사가 있기 때문에 본고사에 비해서는 비중이 작은데, 그런데 이 시험은 굉장히 어려운 시험이고 의외로 만점자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수능이 사실 여기에 좀 가까웠습니다.
◎이재석: 과거에는.
▼이범: 예. 그런데 미국에 있는 SAT 또는 ACT라고 불리는 오지선다 시험이 있는데, 이거는 그런 킬러문항 같은 황당한 문항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점자가 과목별로 몇 퍼센트씩은 나오는 이런 시험이죠. 그러니까 크게 보시면 우리나라 수능이 일본 센터 시험 비슷한 시험에서 미국 SAT 같은 시험으로 좀 변화한다.
◎이재석: 변화했다.
▼이범: 그냥 그렇게 보시면 되시는 것이고, 그래서 저는 예전부터 킬러 문항을 보면 사실 특히 정답률이 20% 이하가 되면 찍어서 맞히는 것보다 더 비율이 낮은 건데.
◎이재석: 확률이 낮죠.
▼이범: 그럼 이건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냐, 이런 시비가 있었고 저도 거기에 동의를 했었는데. 그래서 킬러 문항을 배제한다는 원칙 자체는 저는 충분히 동의할 만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이제 그것을 내놓은 방식이 아시겠지만, 너무 학생들이 초반에 혼란을 많이 겪고, 처음에는 학교 수업 밖에서 내지 마라, 그러니까 이게 무슨 소리냐, 교과서도 다르고 교사가 가르치는 게 다 다른데. 그러니까 정정해서 교육 과정 밖에서 내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것도 좀 애매한 말이니까 한참 있다 가서야 이제 킬러 문항이 이런 것이다라고 제시를 하고 이런 문항은 내지 않겠다고 이제 비로소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뜻을 밝혔죠. 그래서 굉장히 적절한 정책을 굉장히 부적절한 방식으로 표출한 그런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재석: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평론가께서는 일본하고 유사했다가 미국하고 유사해지는 이런 우리나라 대학 수능시험의 이 흐름 자체는 옳다?
▼이범: 그렇습니다.
◎이재석: 바람직하다, 그렇게 보시는 건가요?
▼이범: 킬러 문항 자체가 굉장히 비교육적이고, 실제로 많은 대학교수님들이 그런 얘기를 합니다. 이를테면, 제가 얼마 전에도 화학을 전공한 교수님을 만났는데, 아니, 화학을 전공한 교수인 나도 이 문제 푸는 데 한참 걸리는데...
◎이재석: 예,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이범: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시는데, 과연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는 것이죠.
◎이재석: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무튼 그 킬러 문항 배제 때문인지 어떤 것인지, 올해 재수생, 삼수생들의 비중이 많이 높아졌다고 이렇게 보도가 나오고 있어요. 34%로, 역대 가장 높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 영향이라고 봐야 되나요?
▼이범: 그 영향을 받았던 것은 분명히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전에도 재수생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한 5~6년 사이에 계속 증가해서 30%를 돌파했고 이제 올해 35% 가까이 될 거라고 예측이 나오는데, 이것은 아직은 예측입니다. 왜냐하면, 실제 수능을 본 것이 아니고 아직 수능 원서 접수가 된 것이 아니거든요. 다만 이제 9월 모의고사 몇 명이 볼 것이냐, 이런 것들을 통해서 가늠을 할 수 있는 것인데요. 따라서 이제 뚜껑은 열어봐야 되겠는데 어쨌든 작년, 재작년보다는 더 증가한 것은 맞을 겁니다. 여기에는 이제 킬러 문항이 배제된 것이 분명히 영향을 줬다고 보고요. 좀 문제가 쉬워지면 아주 어려운 문제 맞히기가 어려웠던 나도 좀 재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이런 심리가 분명히 작동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재석: 그런데 예전에 학력고사나 수능으로만 이제 대학 신입생들을 뽑을 때는 너무 일렬로 줄 세우는 거 아니냐, 이런 비판이 있었고요. 그런데 또 수시나 이른바 학종, 학생부 종합전형이라고 하죠? 이걸 도입했더니 또 이거는 여유 있는 집 그 아이들이 훨씬 더 유리한 게 아니냐, 이런 또 비판이 있어서 차라리 과거에 그 줄 세우는 게 낫다, 일렬로 세우는 게 낫다, 이런 비판도 또 나오고.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이 논의들이 수십 년간 진행돼온 게 한국의 현실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평론가님이 보시기에는 지금의 어떤 입시 제도, 그러니까 정시와 수시가 있고 하나는 이제 수능으로 뽑고 하나는 이제 수능이 일종의 자격 시험 정도가 되고 이제 내신으로 가는, 이런 지금의 체제가 현 단계에서는 좀 불가피하다, 이렇게 보십니까?
▼이범: 좀 전에 진행자께서 질문하셨던 내용 중에 약간 좀 제가 정정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학종이 좀 있는 집 아이들한테 유리하다는 것은 잘못된 선입견입니다.
◎이재석: 제가 그렇게 주장한다는 건 아닙니다, 물론. 일각의 시각을...
▼이범: 그런데 실제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죠. 오히려 수능 100% 즉, 정시로 뽑는 것보다 중저소득층 비율이 좀 더 높고 비수도권 비율이 좀 더 높게 나옵니다. 이게 이제 이해가 안 되실 텐데요. 왜냐하면, 학종에는 비교과가 다양하게 들어가고 거기에 무슨 소논문이니 경시대회 실적이니 독서 이력이니, 부모나 사교육 영향이 클 만한 것들이 많이 들어가니까, 그러면 당연히 있는 집 아이들이 유리할 거 아니냐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반대거든요. 왜냐하면, 학종에는 내신 성적이 들어가는데, 우리나라 내신 성적이 이게 뒤에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상대평가입니다. 내신이 상대평가인 나라는 진짜 없거든요. 일본도 고등학교의 성적표에 석차를 주지만 어차피 대학에서 내신은 안 봅니다.
◎이재석: 아까 얘기한 그 시험만...
▼이범: 그러니까 작용하는 게 아니죠.
◎이재석: 시험 가지만 갑니까?
▼이범: 그러니까 무슨 말씀이냐면, 결국 그 내신이라는 것이 상대평가다. 그러면 대치동에 사는 학생들도 상위 4%만 1등급을 받고 학력 수준이 좀 처지는 지역의 고등학교도 4%는 1등급을 주고.
◎이재석: 물론 그렇습니다.
▼이범: 이 1등급, 저 1등급을 동등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골고루 뽑히는 효과가 납니다. 그래서 비교과 때문에 부모 영향력, 사교육 영향력이 클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내신 상대평가라고 하는 것이 역시 합산되면서, 강한 위력을 발휘해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수능 100%, 정시로 뽑는 것보다 오히려 중저소득층이나 비수도권 학생 비율이 더 높아지는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죠.
◎이재석: 그럼 평론가께서는 그런 논지대로라면, 차라리 수시 확대가 맞다?
▼이범: 그렇지 않습니다.
◎이재석: 그건 또 아닙니까?
▼이범: 이건 이미 2018년에 대논쟁이 있었죠. 이른바 대입 공론화 논쟁 가운데에서 강하게 대립했던 두 입장인데. 일단 학종 또는 수시라고 하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라든지, 아니면 학종이 이루어지면서 학교 수업이 뭔가 좀 개선되는 그런 효과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그리고 지금 막 말씀드린 계층 상승을 촉진시키는 효과. 그러니까 좀 형편 어려운 집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학에 많이 들어가게 되는 효과, 이 두 가지 점에 있어서는 학종이 확실히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중들이 거기에 대해서 강한 반감을 가졌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일단 부담과 사교육이 상당히 커집니다. 철인 5종 경기를 할 때보다 철인 10종 경기를 할 때 더 부담스럽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준비해야 될 것이 종류가 늘어나니까 아무래도 사교육을 좀 쓰고 싶은 유혹도 많이 생기고 부담감도 커집니다. 일단 이 문제가 있고요. 그리고 이제 이 늘어난 비교과라는 영역에서 굉장히 반칙이 많이 일어났죠, 사실. 그리고 사실 반칙을 욕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또 반칙에 동참하게 되는, 이런 좀 굉장히 부정적인 경험들을 학생들이 또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얘기해보면 공교육 정상화라든지 그리고 계층 상승을 촉진시킨다는 점에서는 학종이 좀 더 유리하지만, 그 반대로 사교육이나 부담을 줄인다고 하는 목표 그리고 반칙에 대한 어떤 대중의...
◎이재석: 공정성 문제.
▼이범: 혐오성, 혐오,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사실 학종에 대해서 반대하고 오히려 정시를 늘리는 것을 지지했던 그 대중들의 입장도 나름 충분히 또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이죠.
◎이재석: 그럼 결론적으로는 지금 현재처럼 결합 형태가 맞다고 보시는 건가요?
▼이범: 지금 아주 교묘한 균형 상태에 있는 겁니다. 그때 이제 논쟁을 통해서 정시 즉, 수능 100%로 뽑는 것을 30%, 서울 지역의 유명 대학들은 한 40%까지 그렇게 늘리기로 했고 그 제도를 이제 우리가 막 시행을 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이제 학종이 많이 바뀌었죠. 학종에서 비교과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학종에는 일단 내신 성적이 들어가고, 세특,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이라는 것이 들어가는데요. 비교과는 다 빠지고. 이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이라는 것은 이제 교사가 이 학교 수업과 관련해서, 수업 시간에 어떤 활동을 했더니 이 학생이 이렇게 잘 해내더라, 이런 걸 적어주는 것이거든요. 이것만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비교과와 관련해서는 이런 어떤 여러 가지 반칙 가능성이라든지 이런 불공정 시비는 상당히 털어낸 상태고, 그래서 학종도 개선이 됐고 대중이 요구했던 정시 비율 높이는 것도 어느 정도 충족이 된 상태여서 지금 교묘한 어떤 균형 상태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 상태에서 정부가 대입 제도를 손본다고는 합니다만, 그리고 곧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는 대입 제도의 개편이 굉장히 소폭에 그칠 것이다라고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이재석: 그렇게 예상하십니까? 정부가 발표한다는 건 5년 뒤의 것을 얘기하죠.
▼이범: 그렇습니다.
◎이재석: 2028년도를 미리 얘기하는 거니까. 그런데 큰 폭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예상하시는 거고.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조금 더 근본적인 얘기로 좀 들어가 보면,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문제가 많다. 이거 이제 어떻게 좀 바꿀 것이냐. 단기적 처방과 장기적 처방으로 나눠봐야 될 텐데, 그 장기적 처방으로는 이제 평론가께서는 대학 서열화 문제, 물론 뭐 이거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는 거고. 대안이 뭐가 있을까, 참 궁금하긴 한데. 어떻게 얘기를 해볼 수 있을까요? 단기, 장기, 나눠서 좀 얘기를 간략히 해 주신다면.
▼이범: 일단 저는 단기적으로는 지금 있는 제도를 크게 바꾸지 않고 약간 개선하는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개선의 핵심은 무엇이 돼야 되느냐? 수능에서 표준점수와 석차 등급 같은 것을 없애야 됩니다. 그래서 차라리 예전과 같이 원점수를 주거나, 이따가 설명 드리겠지만, 미국 SAT에서 쓰는 보정 점수를 주거나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사실 OECD 35개국을 다 뒤져서 조사를 해보면 대입 시험을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가지고 있는데, 그 시험이 상대평가 지표인, 특히 석차 등급이나 표준점수를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이재석: 그렇습니까?
▼이범: 상대평가는 어떤 문제를 일으키냐면요, 흔히 많은 분들이 소수 과목을 학생들이 기피한다. 그러니까 소수가 선택하는 과목을 기피한다고 표현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 소수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일 때 기피하게 되는 거죠.
◎이재석: 그렇죠.
▼이범: 이를테면 과학고 다니는 애들이 이제 물리를 많이 선택한다더라.
◎이재석: 그럼 피하죠.
▼이범: 그러면 거기에 속해서 내가 등수로 경쟁을 해야 되면 자동으로 불리해지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기피하게 되고, 그래서 물화생지 네 과목 중에서 지금 선택률이 제일 낮은 게 물리입니다. 이공계에서 물리가 제일 중요한 데도. 또 사회로 가면 경제 선택한 애들은 공부 잘하는 애들인 것 같고, 실제로 좀 그런 비율이 높긴 합니다. 또 세계사 선택하는 학생들은 좀 역사 덕후, 이런 애들 아니냐. 실제로 그런 경우가 꽤 있고, 그러니까 기피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예전과 같은 원점수제로 가거나, 제가 뭐 거친 등급제로 꼭 가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원점수제로 가거나 이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정한 것이 미국의 SAT나 터키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케일드 스코어, 보정 점수인데요.
◎이재석: 보정 점수.
▼이범: 스케일드 스코어를 이제 설명 드리면 너무 길어지니까 간단히만 설명 드리면, 이를테면 생물을 선택한 학생들은 평균 학력이 조금 낮은 집단이고 물리를 선택한 학생들은 좀 평가 학력이 높은 그런 학생들이라면 이 과목을 선택했다고 불이익을 받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생물 만점자가 받는 비율보다 물리 만점자가 받는 비율을 조금 더 높여줍니다. 그래서 내가 물리를 좋아하거나 대학에서 그냥 물리와 관련된 걸 전공할 거 같아, 그러면 바로 그냥 물리를 선택할 수 있게. 그러니까 합리적 선택을 도와주는 그런 보정 점수 제도를 가지고 있죠.
◎이재석: 그러니까 실제 더 많이 틀려도 덜 틀린 것처럼 채점해 준다는 겁니까, 쉽게 얘기하면?
▼이범: 적극적으로는 심지어 그 틀린 것을 그렇게 조정해 주기도 하고요. 심지어 원점수가 똑같다 할지라도 실제 점수는 좀 다르게.
◎이재석: 다르게.
▼이범: 그러나 이제 최고점은 또 똑같게, 그렇게 설계해 주는 것이 이제 지금 말씀드린 SAT에서 활용하는 스케일드 스코어의...
◎이재석: 그럼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표준점수랑은 다르다.
▼이범: 표준점수는 굉장히 안 좋은 제도죠. 왜냐하면, 선택하는 과목에 따라서 최고점이 달라지거든요. 그러면 어느 과목이 최고점이 제일 높을지는 또 매년 달라집니다.
◎이재석: 그렇죠.
▼이범: 그리고 이제 요즘은 선택 과목이 수학이나 국어로 확대되면서 수학에서 문과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그 과목을 고르면, 그러면 모든 문제를 다 맞혔다 할지라도 이과생 최고점에 비해서 문과생 최고점이 더 낮아지는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데요. 근본적으로는 OECD 어느 국가도 채택하지 않는 이 표준점수라는 희한한 지표를 사용했기 때문이고.
◎이재석: 그걸 차라리 보정 점수로 바꾸자.
▼이범: 그렇죠. 그것을 이미 선진국의 그런 잘 설계된 그런 점수 제도들이 있으니까 등급제가 어렵다면 점수제로 가되 차라리 이전처럼 원점수다, 원점수로 내면서 난이도를 잘 조절해 주든가 아니면 그럼 적극적인 보정 점수 제도로 가는 것이 맞다는 것입니다.
◎이재석: 단기적 처방 차원에서는 그렇고.
▼이범: 이거는 수능을 아주 소폭으로 개편해도 됩니다. 왜냐하면, 점수 주는 제도만 바꾸는 거니까요.
◎이재석: 그렇죠. 이건 단기적 처방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요.
▼이범: 그리고 아까...
◎이재석: 그러면 장기적 처방 부분을 좀 얘기를 해볼까요?
▼이범: 장기적 처방으로 가면 결국은 이제...
◎이재석: 서열화 문제인데.
▼이범: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너무 힘들고 경쟁이 치열하다, 이 문제인데. 제가 좀 예를 들면요, 프랑스는 대학이 평준화돼 있다고 흔히 얘기하죠? 그리고 이제 프랑스는 바깔로레아라는 대입 시험에서 20점 만점에 10점 이상만 받으면 어느 대학, 어느 과든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기 집 반경 150km 내에.
◎이재석: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이범: 그리고 이제 그중에서 좀 너무 몰리는 캠퍼스가 있으면 그때 이제 추첨을 합니다. 그렇게 하는데요. 반대되는 나라가 유명한 핀란드입니다. 세계 최고의 교육 선진국이 핀란드 아닙니까? 그런데 핀란드의 경우에는 모든 대학, 모든 학과가 경쟁적 선발을 합니다.
◎이재석: 우리랑 비슷하군요.
▼이범: 심지어 내신도 안 봅니다. 핀란드는 내신도 안 보고 대입 시험 성적으로 쭉 줄을 세워서, 이를테면 우리 대학 무슨 과가 100명을 뽑아야 되는데 200명이 지원했으면 200등까지 줄을 세운 다음에 100등에서 자릅니다. 전형적인 한 줄 세우기고 성적순 선발이죠. 그리고 중간쯤에 해당하는 나라가 독일입니다. 독일의 한 60% 학과는 프랑스처럼 일정 점수 이상이면 입학시키고 40% 정도는 이제 경쟁적 입시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복잡하게 설명 드리는 이유는 뭐냐 하면, 한쪽 극단에 프랑스가 있고 반대쪽 극단에 핀란드가 있고 그 중간쯤 섞어놓은 게 독일인데, 세 나라 모두 대입 경쟁은 그리 치열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뽑는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재석: 서열화가 안 돼 있다, 거기는.
▼이범: 뽑는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이 대학이나 저 대학이나 다 좀 품질이 비슷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꼭 이 대학을 가야겠어라는 그런 고집이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것이 이제 잘 정착돼 있는 나라들이고요. 그래서 심지어 그 유명한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는 모든 학과를 경쟁적 입시로 성적순으로 뽑는데도 불구하고.
◎이재석: 불구하고.
▼이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꼭 이 대학만을 가야겠어, 이런 심리가 약한 것이죠. 그것은 사회 전체가 평등해서 그런 게 아니고요. 심지어 독일 같은 경우는 고졸 대비 대졸 임금의 격차가 우리나라보다 심한 나라입니다,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 간의 격차가 작은 거죠. 대학 서열이라는 건 사실 어떻게 보면 엄밀히 말하면 다 있는 거죠, 어느 대학이나 조금씩 차이는 있으니까. 그런데 이 차가 좀 적은...
◎이재석: 그 정도는.
▼이범: 촘촘한 이런 나라와 차이가 우리나라처럼 굉장히 멀찍멀찍 벌어져 있는 나라, 이 나라가 학생들이 겪게 되는 경쟁의 정도가 굉장히 다르다는 거죠.
◎이재석: 어떤 취지인지 알겠습니다. 오늘 벌써 제가 강의처럼 내용을 듣다 보니까 시간이 다 됐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뒷부분에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그 교권 얘기도 해보려고 했는데, 오늘은 일단 여기에서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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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화 기자 (hw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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